의외로 불붙고 있는 이슈가 하나 있는데, 왜 이제와서야 이게 이슈가 되는 것인지, 나름대로 참 답답하다 싶긴 하지만, 하여튼 서울시청과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대립이 점점 불꽃튀는 대립 양상으로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실의 비율을 따져 보면 미세하게 과실 비율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서울시나 9호선 모두 그냥 뭉테기로 딱 잘라서 보면 쌍방 과실이고, 아무리 전임 시장부터 전해져 온 것이라곤 해도 그 이전을 부정할 수는 없기에 그 책임은 현 서울시 시장 체제에서 넘겨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박원순 시장의 행보를 보면 거의 '9호선 인수'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현재 민심은 9호선을 인수하자 일 것이다. 지방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도권 사람들은 정말 질릴 대로 질렸다 라고 이야기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때문에 지금껏 쌓여 왔던 불만이 한 사람의 시민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나오니 연쇄적인 효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9호선 인수만이 정답일까?


나는 하지 말아라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잡다한 말 없이 간단하게 써 보자. 과도한 요금 인상과 계약 당시의 찜찜함이 있었단 이유로 9호선 인수를 시도해 본다고 하자. 그렇다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할까.


정확하게 계산을 할 줄 몰라 딱 대놓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현재 알기로 서울시의 예산이 흑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무리하게 9호선 인수에 뛰어들었다가는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시 예산이 파탄날 수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서울시에서 9호선을 인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 운영주체인 메트로9과 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로템과 맥쿼리 등 투자자들을 전부 쌩깐채로 단순히 9호선 시설 자체의 인수 금액만 들이면 될까?


만약 서울시에서 계약 당시의 부적절성과 과도한 요금 인상을 이유로 9호선 인수에 나선다면, 반대로 운영 주체와 투자자들은 계약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들 것이고, 사업 이전과 계약 당시 자신들의 수익을 보장받았다는 이유로 인수 시점부터 자신들의 운영권이 보장받은 때 까지의 예상 수익을 모두 가져가기 위해 총 공세를 펼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


자꾸 귀찮은 얘길 하게 되는데, 인천공항철도를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맥쿼리가 지분 전체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지는데, 인천공항철도의 수요 예측 실패를 포함한 다양한 실패를 이유로 인수했을 당시, 맥쿼리가 쓰러졌거나, 내상을 입었냐를 생각해 보면 된다.


결국 어느정도의 과실 책임이 인정되기는 하겠지만, 계약 그 자체의 근거를 들어 9호선 운영 주체와 투자자들에게 일정 정도의 기대 손실을 보상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게 되고, 이 경우 그 부담은 박원순 시장 이후의 시장에게 전가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 공모주라도 뿌려야 하나? 사실상 현재의 1050원이란 운임은 어떻게든 흑자로 맞춰 볼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을 때 놀라운 흑자를 내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또 메트로9의 경우, 맥쿼리에 지속적으로 상당량의 대출 이자를 변제헤야 하는 이유로 남들은 동일한 상황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다면, 메트로9은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 드러눕고 그냥 깔고 지나가라 라는 강수를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노선을 국민주 청약 형태로 투자금을 받아서 시가 운영한다면 과연 얼마의 배당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은 그냥 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계속해서 전례를 만들지 말고 그냥 계속 피를 흘리고 있어야 앞으로도 민자 사업을 추진할 때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정책 입안자자 투자자나 최대한 '최선'의 영역 안에서 최대의 수익을 뽑을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영역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 봐야 한다. 철도를 민영화 할 때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기반 시설의 운영권을 갖는 것이 과연 밝은 미래만을 보장할 것인지 말이다.


둘 간의 끝없는 대립으로 인해 양 쪽 모두 돌이키기 어려운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드디어 예상하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이미 지난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함' 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누군가의 빅엿에 걸려들고 말았다.

 

지하철 9호선 운영을 맡고 있는 메트로 9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500원 올리자 서울시에서 아예 이 9호선을 인수해 버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누가 철도 민영화가 되면 요금이 20% 내려갈 수 있다고 했던가..

 

굳이 여기서 정치권 이야기를 하지는 말자. 정치권 욕을 해 봐야 일단 어차피 득이 될 것도 없고, 결국 모든 책임은 국민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얼마 전, 부산 김해 경전철 이야기를 하면서 왜 철도가 민영화되어서는 안 될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물론 나 뿐 아니라 수많은 철도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외쳤던 것들이기도 하고, 또 이 부분은 대충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다.

 

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히 이전에 철도 민영화 떡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인천공항철도를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언론사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나라의 각 분야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국민들에게 가능한 한 모두 알려야 하지만, 지면의 부족, 공간의 부족, 그리고 관심사의 문제로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기억한다면 분명 얼마든지 다들 기억할 수 있었을 문제라 생각한다.

 

 

인천공항철도는 과도한 이용객 예측으로 인해 엄청난 영업 적자는 물론, 국가에서 지원해야 할 영업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가에서 아예 나서서 인수해 버린 뒤 코레일 (한국철도) 에 떠 넘겨 버렸다. 그 후, 코레일의 미친듯한 홍보와 비용절감, 그리고 '환승할인' 이 가세하면서 그나마 지금의 영업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인천공항철도의 인수 과정에서 당시 인천공항의 영업을 담당했던 AREX는 무일푼 거지로 나 앉았을까? 최소한 그런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지하철 9호선 역시 동일하다. 결국 손해는 서울시, 그리고 그 서울시를 떠받치는 서울 시민들, 그리고 일부 이 재정에 동참하고 있는 경기도민과 더 넓게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지게 된다.

 

공공재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에서도 지겹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공공재가 갖는 성격과 공기업, 민간 기업이 갖는 각자의 장단점에 의해 민영화는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철도만큼은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이야기했다.

 

 

이번 싸움은 어떻게 되건 간에 서울시가 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서울시가 뒤집으려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전 서울 시장 재임 당시 체결된 계약이 엄연히 존재하며, 시장이 달라졌다고 할 지라도 이전의 계약을 무효로 본다거나 뒤집을 수는 없다.

이것을 뒤집는다면 당시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과연 그게 쉬울까? 그리고 그것이 밝혀진다면, 다른 민자 사업들은 어떻게 될까?

 

또, 아예 서울시가 9호선을 인수한다면 그 재정은 어디에서 충당할 것이며, 운영 주체인 메트로 9은 '대의를 위해' 손해를 보고 물러날까?

 

애당초부터 이익을 우선할 수 밖에 없는 민간 자본을 공공재인 철도에 끌어들인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

 

그냥 모두들 메트로 9이 9호선 기본 요금을 2000원 이상으로 올려버릴 때 까지 계속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라. 그게 정답이다.

왜냐? 기업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이 어떠한 서비스를 하게 될 때, 민간 자본은 들인 만큼의 이득을 뽑기 위해 갖은 방법을 이용한다.

홍보, 이벤트, 원가에 기초한 가격 산정. 그리고 마지막이 '원가 절감' 이다.

 

그러나 애당초부터 정부가 손실을 보조해 주겠다고 했을 때 부터, 위의 요소 중 무언가는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 쯤은 바로 짐작 가지 않는가?

 

그냥 가격을 올리게 둬라. 어차피 9호선의 이용객이 당초 예상 이용객과 또이또이해 진 것은 분명 교통면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아주 중요한 곳들을 적절하게 잘 연결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도 기존 운임과 동일하며 환승 할인이 된다는 것 역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가격을 올려서 이용률이 떨어진다면 여러분은 세금으로 이 부족분을 메꿔 주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선거를 잘 해라, 정권을 잘 골라라. 이런 게 아니라, 제발 국민의 최소한 50%는 시사 문제에 관심 좀 가지란 말이다.

매일같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좇지 말고... 가끔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 전반에 과연 관심을 갖고 있는 지 궁금할 때가 많다.

 

밖에 나가 집회를 하고, 열심히 댓글질을 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우리 사회를 위한 고민인가?

눈앞의 것에만 연연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진정한 우리 사회를 위한 고민인가?

무시하거나,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보수 진보로만 나뉘어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일인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제발 기억해라.

기업은 이익을 목표로 한다. 기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손을 대지 않거나 접는다.

기업은 어느 상황에서건 이익이 우선이다. 기업은 절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공공 부문은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모든 것이 보장되어 있다는 이유로 방만한 경영을 하기 쉽다.

그래서도 일부 부분의 민영화는 필요악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참여한 민간 자본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부분에서 적절한 장치를 심으면 될 것인가.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감시하라고 있는 거다. 그게 바로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안타깝게도 나도 9호선을 자주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9호선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지출하는 돈 중 일부는 9호선에 흘러 들어가겠지만...

 

선동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현명해져야 한단 얘기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은.... 정말 9호선 인수라는 무리수를 둘 것인지......

 

글을 다 써 놓고 보니, 왠지 한쪽으로 편향된 의견처럼 보일 것 같아 더 추가해본다.

 

 

분명 9호선은 민자 사업으로 운영되어도 좋을 노선이다. 굳이 지금부터 나서서 시영화 (서울시에서 매입하니까) 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발주 주체인 '관' 과 참여 주체인 '민' 간에 이것을 놓고

계약을 할 때, 그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김해시가 부산-김해간 경전철 사업에 대해, 잘못된 과다한 수요 예측으로 지방 자치단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니, 이에 대한 보전을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공개했다.

부산-김해간 경전철.. 글자가 너무 기니까, 그냥 부김 경전철이라고 해보자.

부김 경전철은 오늘자로 공개된 언론들의 내용을 보면, 92년도에 사업 계획이 정부의 주도 하에 시작되었고,
당시에 한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민간 자본의 참여를 골자로 해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한다.

자, 우선 중요 단어 잊지 말자. 이게 바로 민영화 된 철도다.

최근 귀찮다 보니, 철도 민영화에 대해 코레일 측을 옹호해 주는 입장의 포스팅을 (개인이 올려봐야 뭔 득이 되겠나 싶지만) 좀 올려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이전에 코레일의.. 정확하게는 시설공단의 과도한 비용 소모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그 때는 이만큼 시설공단과 철도청이 문제가 될 때는 아니었으니;;)

그러나 뭐랄까... 정말 한국인들은 냄비 근성이라는 말이.. 직접 들으면서 자존심에 광분하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서 흥분해 놓고 금방 까먹어버리는게.. 정말 맞달까.. 뭐 굳이 한국인만 그런거겠느냐만은..

일년에도 수십번씩 민자 참여로 인한 공공 시설물들의 손해 또는 정부의 손해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있는데, 철도 요금이 낮아진다니까 왜들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왜들 그리 반기는 것 같은지..

아예 인천공항 민영화도 항공료가 낮아진다고 했더라면 지금처럼 거센 반발은 없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오늘은 간단하게 부김 경전철만 가지고 얘기를 해 보고 접자.




이런 포스팅에는 역시 사진 하나정도는 있어 줘야지.

위의 녀석이 바로 부산 김해 경전철이다.
나도 얼마 전 처음 타 봤는데, 뭐 그럭저럭 잘 만들긴 했더라만은, 거의 텅 비어서 가는 수준에 '만년 적자를 못 벗어나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김해시에서 못 버티겠으니 정부에 '늬들이 먼저 시작하자고 꼬드겼잖아, 그러니까 늬들이 책임져' 라고 으름짱을 놓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아주 대표적으로, 철도의 예에서만 대어 본다면, 인천공항 철도가 그 대표주자다.

인천공항 철도는 21세기 들어 철도에서는 민간 업자가 영업을 시작하는 것으로는 최초였던 (코레일 이전에 강원도쪽 노선 일부는 민자에 의해 운영된 역사가 있다. 이후, 국가에서 이를 인수한다.) 민자 철도, 쉽게 민영화 된 철도다.
(민영=民營, 민간이 운영한다는 뜻이다. 곧, 국가 경영이 아닌, 민간 업체가 운영한단 소리다.)

숫자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인천공항 철도가 개통 직후에 하루에 몇만이 이용할거라고 수요 예측을 했다던가..
그게 서울역까지 연장이 되면 최소 십만대의 이용객이 공항철도를 이용할 거라고 수요 예측을 했었다지.

그러나, 개통 이전부터 수요 예측이 과다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정부의 운영 손실에 대한 보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가 나서서 이놈을 인수한 뒤, 코레일에 넘겨버렸다.
그래서 현재 인천공항철도는 코레일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더 재미있는 점은, 인천공항철도에 소속된 직원들은 현재 코레일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준 공무원 지위조차 못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용객은... 아직도 적자다. 그나마도 지금의 운영 수준을 달성한게 코레일의 운영 노하우 및 미친 듯한 비용감축과 홍보 덕분이라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민간이 철도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라고 이야기해도 어불 성설이 아닐 일일 거다.

그렇다면, 철도 사업의 민간 참여는 절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민영화 된 철도가 신나게 잘 달리고 있고 (서비스의 질이 문제지만..)

민영화를 했다가 완전히 죽을 쒀서 민영화 폐해의 기본 교과서라 불리는 영국이 있는가 하면,
유럽 일부 국가는 민영화를 했다가 완전히 피를 보고 국가가 도로 인수하여 불티나게 흑자 운영을 하며 굴리고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흔히 대한민국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민영화의 모범 사례로 꼽는 일본의 경우, 100% 민간이 운영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일부 JR 분사는 아직도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도 있다. (JR 니시니혼, JR 홋카이도가 정부와 지방 자체단체 지분 소유이고, JR 히가시니혼만 유일하게 흑자다. 이유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본의 민간 철도 운영은 그런대로 성공적이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논란은 있다. 대표적인게 도로 체계가 개판이라 철도 위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거기다 물가가 비싼 나라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그러나 전반적으로 현재의 상태에서 민간의 철도 사업 진입은 무리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유라면 시장 진입 시 엄청난 수준의 시설 투자가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 소멸이 사업 그 자체에 있어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운영을 하기 위한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시설은 걷었다 떼었다 할 수 없어, 영구적으로 존재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시설비와 땅값 문제가 뒤따른다. 그리고 유지도 해야 한다.

보통 지하철 하나만 건설해도 몇백억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9호선을 예를 들면, 한 사람의 기본료가 1000원이다. 한달에 십만명이 탄다고 해도, 100,000,000.. 1억원이다. 일단 초기 투자비라도 뽑으려면 최하 100개월을 운영해야 한다는 얘긴데, 순수히 시설 유지 및 비용 소모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채 계산해서 100개월이란 말이다.

이렇게 되면, 시작 초기부터 엄청난 자본을 지닌 자본 공룡이 뛰어들지 않는 이상, 게임은 무의미해진다. 대출도 어느 한도가 있는 셈일 테니까.

그래서 특히 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도로, 철도, 전기, 가스 등의 재화는 민간이 웬만해선 뛰어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건희 회장이라도 절대 손도 안 댈 거다.

그래서 이들 산업들은 공공성을 지닌 공공재 라는 대명사가 붙어 중,고,대학에서 경제 이론을 강의할 때 항상 사용되는 경제학의 대표 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공공재를 국가가 운영할 때의 폐해는 나중에 얘기하자, 너무 길어진다. 게다가 지금이 경제학 원론 시간도 아니고..;) 국가 입장에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단순히 채권만으로 조달하기는 어려우니, 웬만하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는 거다.

그럼, 민간 업자들은 수익이 생겨야만 이 엄청난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래서 국가는 민간 참여자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손실 보전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신촌과 강남을 연결하는 경전철을 만드는 데, 하루에 한 만명이 이용할 것 같은 황금 노선일 것 같아서, 민간 자본을 꼬셔서 만들었는데, 이게 어쩌다 보니 9천명밖에 안 타게 되길래, 민간 자본에게 1천명분의 손실을 지원해 준다 이거다. 그렇다고 해서 평생 운영은 아니고, 9호선의 경우에 30년 운영권을 준 것이었던가. 여튼 그래서 일정 정도의 수익을 얻게 해 주고, 나중에 뺏어오겠다 이건 거다.

취지는 좋은데, 중간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수요 예측을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요 예측은 전적으로 참여 업자가 담당한다. 민간 업체가 이정도의 수요가 날 것 같은데, 여기에 시설 좀 하지? 라고 정부에 러브콜을 날리면, 정부는 이것을 검증한 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사업을 시작하는 거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수요가 이만큼 날 거라고 그냥 국민의 머리에서는 계산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어디가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혹여 말하고 싶어도 참지만) 이러다 보니, 사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 손실이 생기는 거고 (이래서 잔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도) 정부는 이 손실을 보전해 주는 상황이 되는데,

기껏 몇천만원에서 일이억 정도 한다면 말을 않겠는데, 보통 십억단위 이상이 나온다는 게 이제 남들 생각할 때 문제가 되는 거다. (한 해에 민간자본의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정부가 보조하는 금액이 몇백억이라던가... 조 단위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이렇게 일이 진행되다 보니, 부김 경전철도 드디어 '더 이상은 나 돈 없어 오링' 하고 백기를 드는 상황에 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용인 경전철은 이놈의 돈 문제로 운영이 시작되지도 못 하고 있고, 법이 그러하니, 용인시는 이걸 아예 업체로부터 매수하던지, 보조해 줘야 하던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던 간에 용인시는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보니 운영 시작조차도 못 하고 있다.

분명, 경전철이란 놈은 특히 부김 경전철의 경우에는 부산 김해 지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지역들을 야금야금 연결한다는 점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말 가뭄의 단비같은 노선이긴 하다. 그동안 부산 시내에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김해공항도 전철 몇 번이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도 좀 생각은 해 봐야 한다. 민간 자본이 철도 운영에 참여하면 철도 요금이 인하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생각할 여지를 남겨 놓는다.

부김 경전철의 현재 기본료는 1400원, 부산 지하철의 기본료는 내 기억에 1100원인가 1200원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수도권 광역전철의 기본료는 900원.

그리고 서울메트로 9호선과 인천공항철도는 사업 초기 환승할인 적용이 불가능했고, 비용 손실을 이유로 환승할인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시민들의 거대한 반발에 의해 현재의 요금 체계를 지니게 되었지만, 9호선이 개통 직전 주장한 기본료는 1천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현재 수도권 철도의 경우, 승객 1인당 운영 원가는 2~3년전 기억으로 1300원이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에 의해)

참고로 현재,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부산지하철 1호선이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그리고 수도권의 경우, 1호선 경인, 경부 구간과 2호선만 흑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금.. 일하는 게 의욕이 나지 않아, 연속 두개째 올려본다.
이번엔 광역 전철 얘기를 해 보자.

광역 전철의 개념을 조금 얘기해 보면,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노선 중, 아주 쉽게 엄청 멀리 가는 노선을 말한다.

기존엔 1호선 경인 구간은 광역전철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새 경부라인으로는 경기도를 넘어 충청남도인 신창까지 전철이 내려가고, 위로는 곧 포천을 뚫을 기세다. 양 옆으로는 문산이야 뭐 말할 건 없지만, '철도'가 아닌 '전철' 로 치면 완전 불모지나 다름없어 보이는 강원도까지 그것도 2개의 노선이 뻗어 있다. 물론, 현재 중앙선은 엄밀하게 말하면 강원도까지 나간 건 아니지만, 곧 완성이 되게 된다.

이러한 광역 전철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과의 연결이 부족하여 접근이 어려웠던 주변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고, 또 일부 관광 명소를 아주 손쉽게 연결한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노선이 만든만큼 제 역할을 하느냐, 다시 말해서 제대로 돈을 뽑아내고 있느냐 이다.

물론, 노파심에 미리 얘기하면 결론에서도 밝히겠지만, 이 글은 요금 인상에 찬성하는 글이 아니다. 제목만 봐도 다들 알 것으로 생각한다.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정보 라인이 있다는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표 광역 철도 대부분이 다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 경의선과 경원라인, 중앙선, 경춘선의 경우에야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실제 타 보지 않아도 어느정도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 다들 조금씩만 생각해 보시면 된다.) 경부선의 경우에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경부선도 대충 계산해 보면 적자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들 노선의 적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할 일이다.




위의 사진을 보자.

위의 사진 역시, 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있으나, 사진이 집에 있는 관계로,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

위의 역은, 일본 도쿄의 치도리쵸 라는 곳의, 도큐 이케가미선 치도리쵸 역이다.

단순히 봐도, 저게 전철 역인가 싶으시겠지만, 나름 전철역이고, 이 노선은 일부 역은 지하로도 되어 있다.
그리고 운행 량수는 1편성에 6량이다.

지도에서 조금 뒤져서 이 역의 옆면 모습을 보면 더 대박이다 싶으실 텐데, 심지어 이 역의 벽면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조립식 칸막이와 비슷한 재질로 되어 있다.

게다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무임승차 따위 그냥 앉아서 가능하겠구나 싶으실 거다.

또 이 역은, 플랫폼간 이동이 되지 않고, 사진상의 오른쪽 역은 역무원이 있는 데 반해, 사진상의 왼쪽은 역무원조차 없다. 무인 발매기만 있을 뿐이다.



반대로 위의 사진을 보자.

사진상에 역 이름이 나와 있으니 어디인지 아실 거다.

한눈에 봐도 위의 역과 비교가 되잖은가?

실제 지도에서 로드뷰를 놓고 이 역을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둘러 보시라. 과연 이런 지역에 이 정도 규모의 역사가 필요한 것일까 라는 내 의문에 동의하게 되실 것이다.

그렇다. 실제 광역 철도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고, 이용객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에 비해 영업 이익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바로 저것. 역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무엇이든지 '개발'='돈' 과 연결시키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데, 철도. 특히 최근들어서는 통근 전철화가 바로 이 '개발'의 한 중심 축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개발 지구 또는 개발이 예상되어 큰 이익이 기대되는 곳에 으레 광역 철도 계획이 잡혀 있고, 또 이 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 철도의 현실인 것이다.

물론, 간단하게야 당연히 부동산이야 이런 접근성이 좋은 곳 위주로 들썩이게 되니, 이 경우, 노선을 굴리는 쪽도 좋고, 땅 주인도 좋고, 땅 사는 사람도 좋고, 사는 사람들도 좋고, 세금을 받는 입장에서도 좋고, 수치상의 경제 규모에도 도움이 되니 어느 하나 좋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배아픈 사람 빼고)

그러나 생각해보자. 경부선의 신창구간 연결이 완료가 된 지 벌써 몇 년이 흐르고, 다시 계산해 보면 천안까지의 연장이 벌써 거짓 10년 남짓 되어 가는 이 시점에, 과연 저 진위역 주변은 으리으리한 고층 아파트들과 수많은 상가들로 북적이고 있는가를 말이다.

다시 첫 번째, 일본 사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어쩌다 이놈의 나라에는 이런 역이 생기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수요 뿐만이 아니라, 비용까지 같이 고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저 주변 조금 토지를 매입하고, 길을 좀 바꾸고 하면 될 일이다. 그 다음에 으리으리한 역을 지어 버리는 거다. 그럼 일본도 저렇게 못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도 나름대로 수요가 꽤 있는 역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화려하고 크다. 아예 그 안에서 길을 잃을 만큼..

그럼 이쯤 오면, 우리나라의 광역철도 노선이 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일까, 조금씩 이해가 가실 거다.

잘들 생각해 보시라. 최근 지어진 광역철도 노선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 일단 기본 2~3층 규모로 건물을 짓는다. 여기에 일부는 설상 가상으로 주차장까지 올린다.

그럼, 전철이 2층 내지는 3층 위에서 운행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전철은 정확히 1층. 똑 같은 지상의 높이에서 운행된다.

플랫폼은 1층, 역사는 2층 또는 3층. 그렇다면 단순히 계단으로만 움직이는가?

경인선 초기의 민자 역사들은 오히려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 없이 무조건 계단으로만 3층 가량을 오르내려야 해서 불만과 불편이 잇따랏다면, 오히려 최근 지어지는 광역철도의 역사들은 너무나 화려하다.

무조건 역사 진입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역사에서 플랫폼까지 전부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양쪽 모두 엘레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늘어난 건물 전체의 면적만큼, 다양한 비용의 문제도 따른다. 심지어는 조명까지.

경의선 고양시의 경우, 일부 역들은 현재 존폐 위기에 있는 경전철과 잇겠다며 조금은 답답한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놓은 역도 있을 정도이니 이정도면 번 돈을 얼마나 쓸데없는 곳에 갖다 버리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의선의 경우 일부 구간은 반 지하화가 되어 있어서 필요하다고 쳐도, 이들 역을 제외하고 현재와 같은 규모는 필요가 없다.)

최근 중앙선의 경우, 평시간대 공기 수송 문제 때문에, 배차 간격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 기존 8량 1편성 운행을 하던 것을 6량 1편성으로 과감히 칼질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배차간격이 줄어 괜찮아졌다는 평들도 있지만, 대체로는 미쳐 죽겠다 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퇴근 시간대에는 6량으로는 택도 없는 수의 승객이 몰리는데 열차는 더 이상 늘어나지도 않고, 설상 가상으로 그놈의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겠다며 양 끝 좌석 하나씩을 들어내고 자전거 고정대를 세우는 바람에, 앉지 못하는건 둘째치고라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승객 +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승객까지 한데 믹스가 되어 난리도 아닌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선은 8량으로 복귀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확한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쓸 데 없는 부분에서 고정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 철도공사는 배차간격과 운행 량수를 건드리게 되는데,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비용을 줄일 곳이 없는데 그나마 건들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니 말이다.

(이미 운행 시작 초기에 매일같이 돌리던 에스컬레이터들도 주요 시간대에만 돌리는 것도 한계에 이르른 정도다. 그렇다고 이걸 건들 수도 없고. 또 엘레베이터마저도 건들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이미 지어 진 거, 그렇다고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인 법. 철도공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역사 내에 매점도 유치하고, 다양한 구상을 한 것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이들 광역철도 노선 내의 매점들은 거의 개점 휴업 상태다. 아예 최근에는 별도로 매점을 유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아예 역무원이 직접 계산을 해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그나마도 거기서 뭔가를 사는 사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카드는? 요금 인상 뿐이다.
아 물론, 나는 대한민국의 철도 요금이 세계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철도 수송 원가 역시도 잘 알고 있으며, 한 100원 정도의 인상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고도 본다.
(물론 정부에서 일부 보조해 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본다면, 굳이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절약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을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결국에는 머리 굴리는 분들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방향인건데.

뭐 일개 블로그에서 열심히 떠들어봐야 뭐 되는 게 있겠나..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급히 마무리하고 접는다.



이런 일이 있었다.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으려나?

당시,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막 취임했을 때 쯤, 3호선 완+급 운행제를 실시하겠다는 떡밥을 날린 적이 있다.
일산에서 서울에 접근하는데 무려 1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약 30분 정도로 줄여서 일산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을 좋게 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난리가 났었다. 특히 철도 매니아들 (이하 철덕) 은 난리가 났다. 과연 3호선 일산선에서 종로까지 다이아(배차 시간표)를 어떻게 배치해야 효율적인 완+급 운행이 가능할까를 서로 고민하고, 결국 아주 이상적인 다이아까지 제시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대화 -> 종로 3가가 55분이다. 완급제는 무슨....

지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체제에 있다. 박원순 시장도 역시 취임 초기 꽤나 많은 떡밥들을 투척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과밀 수준을 넘어 철덕들에게는 지옥철 이상의 헬게이트 수준으로 불리우는 지하철 2호선의 "복층" 건설 구상이었다.




                                                (2층 전철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형태의 "2층" 노선)


지금은 뭐 그저 잠깐 나오고 만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점을 계기로 그다지 서울시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게 되었달까....

일단, 현재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자. 서울 지하철 2호선은 너무 기니까. 그냥 2호선이라고 하자.

2호선의 경우, 아주 빈번하게 일본 도쿄의 대표적 순환선인 야마노테선과 비교가 되는 노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노선은 서로 동일한 순환선이고, 또, 각 국의 수도 내 중심 지역을 한바퀴 연결한다는 것도 비슷하며, 설상 가상으로 노선의 색상마저 동일하다. (2호선 - 초록색, 야마노테 - 조금은 밝은 연두색)



                                (일본 야마노테선, 나도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귀찮아서 다른데서 캡처했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정말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미친듯이 붐비는 노선 중 하나이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는 도시철도 노선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들어 내는 노선 중 대표 주자라고들 입에 오르내리는 노선이니까.

(잠깐 철덕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자면.. 이제 2호선도 VVVF가 들어왔으니. 이것도 동일..? 음?)

여튼, 대한민국 사람, 그 중에서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들어봄직한 신도림 환승 헬게이트, 사당역 환승 헬게이트 등, 이렇게 유명한 2호선의 승객 폭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 뿐이 아니다. 적잖은 사고들에, 또 늘어난 승객들 사이로 생기는 치한들까지, 그리고, 너무나 많은 승객들 때문에 열차 정차 시간이 지연되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속 열차들의 지연...

2호선과 4호선의 경우, 출퇴근시간에는 거의 정말 1분 배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열차가 투입되고 있지만, 승객 과밀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도 않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열차 출발이 지연되다 보니 연쇄적으로 도미노 효과가 생기는 것도 전혀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제발 2호선을 어떻게 손을 대 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국민이나 정부나, 시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던 중에 나온 생각이 2호선의 복층화 떡밥.

그러니까, 쉽게 지금 2호선 밑에 동일한 라인을 하나 더 깔되, 정차역을 줄여서 급행 서비스를 해 보자는 거다.

말이야 좋다. 동일한 노선을 하나 더 파서, 기존 2호선 역에 한 3개정도 건너 뛰는 급행 서비스를 한다 치면, 일단 무엇보다도 승객이 분산되게 되고, 그리고 엄청난 서울 접근성이 생긴다. 당장 신촌에서 잠실까지 한 30분 걸린다 치면, 이게 15분으로 줄어든다 생각해 보자. 버스 회사들은 그날로 전부 문 닫을 거다.

그러나, 이게 말도 안 되는 구상임은 둘째 치고, 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이다.

당장은,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만드는 것에 비해 동일한 터널 밑을 뚫는 거니까, 토지 보상 비용도 거의 안 들 거고, 아니면 아예 대심도에 가깝게 굴착을 해 버리면 토지 보상 비용은 0 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단순한 산수로 생각해 보면, 터널 굴착 비용만 들어가면 되니까 괜찮네? OK? 스러울 거다.

(실제 지하철 공사시에는 저심도라고 하여 현재 볼 수 있는 수준의 지하철은 전부 토지 보상을 한다. 그러나 GTX처럼 지하 50미터~ 60미터~ 이정도의 대심도에서는 토지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건설하는 입장에서는 돈이 좀 덜 드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2호선은 주구장창 지하로만 내달리는 노선이 아니다.

2호선은 한양대~강변 구간과 대림~신대방까지는 지상으로 달리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복층으로 터널을 뚫는 건 좋은데, 현실적으로 여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대림~신대방은 일단 패스한다 쳐도 (완+급 다이아를 만들어 보면 이 구간은 사실 패스해도 큰 문제가 안된다. 신도림을 급행역으로 만들고 이 쪽에서는 완행을 타고 신도림으로 들어오면 되니까.) 한양대~강변 구간은 좀 문제가 된다.

일단 한양대 역은 버린다 생각하고, 건대입구 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아니면 조금 양보해서 성수는? 아니면 좀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강변은..? 뭐 강변은 흔들림 사태 이후로 터미널 외에는 수요가 완전히 망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세 역은 일단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어차피 토지 보상을 안 할 걸 생각하고 대심도로 한방에 뚫어버린다면, 이 역들에서의 환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순히 급행을 타고 출근시간 줄여보겠다고 한 것이, 여기서 환승하는 시간으로 다 날려 버릴 수가 있다.

실제, 이런 경우는 서울역과 김포공항역의 공항철도 환승을 생각해 보면 된다.

서울역과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역은 매우 깊은 위치에 있는데, 실제 공항철도 서울역은 우리 개념으로 치면 일반 완행열차 탑승 플랫폼 위치가 지하 7층이다. 단순히 층당 3미터씩만 때려도 지하 21미터다. 여기에 서울역 대합실은 대체로 2호선 지상역들과 얼추 비슷하면서 조금 더 높은 높이에 있으니까. 여기 사이를 움직이는걸 생각해 보면 된다.

거기다가 태생적으로 폭발할 수 밖에 없는 2호선 급행 수요가 이 환승 통로를 이용해 완행 급행 환승을 한다면?

아마도 여기는 지하-지상 간 고속 셔틀 연락책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이렇게 된다면 그럼 현재 2호선의 운행 수입을 얼마나 깎아 먹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비효율적 환승이 기대되는 루트는 과감히 삭제하고, 지하 위주로만 연결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도 문제는 생긴다. 누가 생각해도 100% 지역 차별 항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당 지상 구간은 유난히 발전의 혜택이 좀 적은 지역 중 일부라는 데에도 그 문제가 있다.


자, 그럼 이제 어찌어찌 해서 그 많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노선을 확정해서 공사에 들어간다 쳐 보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굳이 철덕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2호선 노선도를 펼쳐 놓고 어디 어디에 급행역이 생기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자.

결론은 2호선 노선 전체가 되겠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님비주의의 반대말을 찾아볼 것.

모든 지역에서 자기네 동네는 급행 역이 빠졌다고 난리에 난리를 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취지의 2호선 급행선은 허공의 재가 되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승객 과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2호선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다. 라고밖에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해결책이라면 우선, 현재 10량 1편성인 2호선을 12량으로 늘리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플랫폼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일부 역들, 예를 들어 홍대역과 같이 끝으로 갈수록 플랫폼 면적이 줄어드는 역의 경우, 제법 공사 난이도가 커 질 수 있고, 지상, 지하구간 모두 플랫폼을 연장하는 공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 일본 야마노테선의 경우, 승객 과밀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내려 10량 1편성을 11량 1편성으로 1량씩 늘리고, 플랫폼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가장 마지막 11번째 차량의 문은 건드리지 않은 채 운행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1호선에서도 열차를 12량으로 늘리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으며, 그에 따라 1호선 경인선 전체 역사의 플랫폼 연장 공사를 하기도 했으나, 복복선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계획을 접었다.

그게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딱 한가지다. 2호선 완+급 운행이다.


현재 복선으로 운영되고 있는 2호선의 각 위치에 대피선을 하나씩 마련한 후, 완+급 운행을 실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밖에 말 할 수가 없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기존 2호선 터널에 급행을 보내기 위해 완행이 잠시 대피해야 할 대피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2호선 터널 내에는 대피선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별도로 대피선을 만드는 공사를 해야 한다.
이 경우, 터널을 넓이기 위해 공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고, 일부는 현재 2호선의 운행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터널 깊이 상, 주변 지역의 토지 보상 문제도 따른다.

그러나 결국 계산기를 들고 +,-를 해 보면, 신규 노선을 저 깊이 땅속에 갖다 박아 놓으나, 일부만 간단하게 야금야금 파내서 대피선을 만드나 그게 그거다.

게다가, 현재 2호선 선로 상에서 완+급 운행을 하게 되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이다.) 신규 열차 도입 비용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반면에 땅 속에다가 신규 노선을 넣어 버리면, 별도로 다이아를 굴려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신규 열차 도입이 필요해 질 것이다.

물론 해결책은 있겠다. 출퇴근시간대 완행선의 배차간격을 줄여서 최대한 급행에 집어넣고, 일반시간대에는 급행선을 최소한으로 돌린 다음에 나머지는 완행선에 넣으면 되겠지. 그러나 이 경우 열차가 지속적으로 완, 급행에 입출고되어야 한다는 부담 아닌 부담이 있을 거고, 또 현재 기지 입출고선 외에 열차가 위아래를 움직여야 하는 별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따른다. 현재, 2호선의 입출고는 신정지선과 성수지선에서 담당하는데, 지하에 별도의 2호선 급행선이 생긴다면, 각 기지에서 이 라인을 타고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럼 완/급 운행선을 바꿀 때에는 열차가 도로 지선으로 튀어 나왔다가 다시 지선을 타고 나와서 본선으로 들어와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현재 거의 노는 노선이나 다름없다시피한 지선들의 용량으로 해결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모든 상황을 다 수용할 수 있을까?

특히 성수지선의 경우, 1호선 입출고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경우, 수요 예측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2호선 급행선이 생긴다고 치자. 그렇다면 급행선의 차량을 대형 차량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중형 전동차를 도입할 것이냐의 문제가 따른다.

분명 2호선 급행선이 생기게 되면 무엇보다도 출퇴근시간대의 수요는 정말 말 그대로 지옥이 열리는 수준으로 폭증할거고, 그렇다면 중형 전동차로는 어림없을 것으로 예상이 든다. 그렇다면, 수요가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이 되는 일반 시간대 급행이나, 아니면 반대로 완행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수요라던지 운영하면서 현 시점의 상황에 맞게 완행선과 급행선의 열차를 조절하여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어느 한 시점에서 용량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반대로, 비용상의 문제이건, 수요상의 문제이건, 중형 전동차를 급행선에 돌린다고 쳐 보자. 이 경우, 실제 중형 전동차를 대형 전동차의 선로에 굴릴 수는 있지만, 이런 모습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못 할 우리나라 사정상, 완행선과 급행선 간의 열차 비용 절감은 안드로메다의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결국 최적의 대안은 2호선 노선 중간중간 몇 군데에 대피선을 파서 완+급 운행을 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하다면 열차는 뭐 한 두세편성 정도 더 도입하면 해결이 될 거고.. 아마 굳이 신규 열차를 들이지 않아도 운행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또 속도가 중요해지는만큼, 기존 저항차들의 정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저항차들의 성능이 신형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

이렇게 하면, 어차피 2호선 노선은 그대로이니까, 주민들의 반발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무조건 효율을 위해 3개 역 또는 5개 역 패스를 해 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그저 9호선처럼 내린 플랫폼에서 완행으로 갈아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땡이니까 말이다.

여튼, 조금 지나보니 결국 2호선 복층화 문제는 유야무야 넘어가 버린 옛날 일이 된 것 같지만..

이젠 좀 일단 파고 보고 식의 노선 개발이 아닌 효율성을 중시한 노선 운영이 안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복층화 진짜 되기는 하는 건가;;;;







승객이 문을 열고 닫는다니.... 이건 어느 나라 이야기?

어디 기술 수준이 낙후한 개발 도상국 정도 되는 나라에서 운행하는 지하철일까?

그러나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월요일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나라의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전동열차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짜 "사실" 이자 "현실" 이다.

얼핏 영화 쯤에서나 볼법한 이 상황은 비단 한두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상 구간을 운행하는 전동차라면 거의 모든 차량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사건' 수준의 것이다.

지난 월요일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우리는 정말 놀라운 것을 경험했다. 정말 놀랍다 못해 엄청 큰 것이었다. 104년 만의 폭설이었다던가...? 서울 지역에 무려 25cm가 넘는 눈이 내렸고, 실제 기상청 발표가 아닌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보다도 더 많은 정도의 눈이 서울과 경기 지방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눈폭탄이었다. 앞으로 몇년간 웬만한 눈 가지고는 눈폭탄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문제는 바로 아침부터였다. 많은 양의 눈이 온다고는 했지, 설마 이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나보다. 공무원분들 아침까지 출근하실 시간이 되도록 모르셨던 것 같은데, 하기사 모든 사람이 설마 설마 했을 게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카오스의 세계. 출근 시간부터 수도권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평소 30분 거리를 4시간 만에 출근하는 기 현상에서부터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아찔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하철이 마비되어 버린 것이었다.

늘상 눈이 오면 시민들의 안전한 발이 되어 주었던 지하철... 그 엄청난 눈폭탄에 요녀석이 멈춰 버릴 줄이야.....


<대략.. 이정도의 눈 폭탄이 하늘에서부터 한방에 떨어졌다는 거다...>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간 순간, 나는 정말 엄청난 것을 목격했다. 설마설마했는데, 지하철 선로가 거의 눈에 뒤덮여 있다시피 한 것이었다.

눈 사이로 덩그러니 선로만 삐져 나와 있는 이 모습이란.... 순간 이 눈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지하철은 지연 운행이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정말로 지연 운행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사실 처음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기계라는 녀석도 얼어 버릴 수가 있기에 기계도 이 눈폭탄 속에서는 고장이 날 수 있다라는 것은 알지만 설마 전동차가 그럴 줄이야.. 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눈에 파묻혀 버릴 만큼 작은 체구도 아니고, 또 그렇게 약한 녀석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 조금은 불만섞인 그 생각이 일순간에 이해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다음 사진을 보시라.


폰카로 땡겨 찍다 보니 사진이 좀 실망스러워 보일 수 있다. 뭐 DSLR이 아니니 그냥 이해들 해 주시길..

여튼, 저 차륜에 쌓인 눈을 보시라. 저 모습을 보니 그냥 한방에 아... 지하철이 맛이 갈 수 밖에 없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한번에 들면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되기 시작했다. 저 상태라면 브레이크라고 제대로 들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 사진을 보시라. 이 부분은 전동차의 안정기, 전기장치 등 여러 장치들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놈이 눈으로 가득 차 있다. 웬만하면 엄청난 열이 나는 부품들 집합이라 저 눈이 다 녹았겠지 싶은데, 그게 아니다.

자동차도 눈이 쌓여서 정상적으로 냉각이 안 되면 위험한데..

게다가, 지난 12월 초에 해저 터널에서 멈춰버린 유럽의 유로스타도 동력계통에 어이없이 '눈'이 조금 들어갔다는 이유로 노선 전체가 며칠간 마비가 되지 않았던가..


<고속철도와 다양한 기후의 지역, 유럽에서 눈 때문에 고속열차가 멈췄단다.>

그런데 이젠, 지연 운행에 이어 더 난감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유럽에서도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이젠 우리나라 지하철...
문이 얼어서 잘 열리거나 닫히지가 않는단다.

정말 산넘어 산이었다. 그나마 좀 달릴 수 있게 되나 싶었더니, 이젠 문 때문에 안그래도 제시간에 운행을 못 하는데 더 시간을 잡아 먹게 된 것이다.

그래도 그냥 받아 들이기로 했다. 완전 천재 지변 수준의 이 상황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문이 얼어 버렸다는 것 역시도 자연스레 이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최대한 제 시간에 운행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어차피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을 뚫고 나갈 수가 없다면, 이 엄청난 눈 폭탄을 조금이라도 즐겨 보면 되지 않겠는가. 100년인가 104년인가, 하여튼 한세기만에 내린 엄청난 눈이라는데...


그래서 나는 그 시간에 나름 눈 구경(?) 도 하고, 전화통화도 했다가, 독서도 했다가, 게임도 했다가, 이것 저것 별 불평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하철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정말 듣기에도 거북할 만큼 육두문자가 섞인 욕과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

그렇게 욕을 한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 하는 열차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설마... 직접 열차를 모는 기관사나 선로 등을 정비하는 직원들이 귀찮아서 또는 일부러 열차를 지연 운행시켰겠는가...

뻔히 움직이지 않는 출입문을 고치기 위해 의자를 들어내고 문을 움직이는 기계 장치에 얼어붙은 눈을 녹이며 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정신없이 불평을 쏟아내고, 문이 열렸는데도 이제서야 열어제낀다고 불평에, 문이 잘 닫히지 않으니 이번엔 문을 열고 닫아댄다고 불평을 쏟아내는 그 모습들...

분명히 보기 좋은 모습만은 아니라는 것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도 불편했던건 사실이었단 말이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렇다, 나도 불편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날도 춥고, 기다리기도 싫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거 다 안다. 그 상황에서 아무 말 없이 조양히 있는 사람들이 불편한거, 힘든거 몰라서 그런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냥 이번만큼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하고 이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대신에 불편함에 대한 의사 표현은 확실히 해야겠다. 앞으로 적어도 문이 얼어붙지 않게끔은 열차에 조치를 해 달라고 말이다.

혹자는 '혹한기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잘못 아니냐' 라고도 말한다. 그렇다 잘못은 잘못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최대한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를 했어야 옳다.

그런데, 그 좋다는 유럽의 고속철도마저도 또 혹한과 폭설에 멈춰 버렸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정말 그 대단하다는 나라들마저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그런 추위와 폭설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대비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것 아닐까?


나도 안다, 다른 일에 신경쓰느라 이런 것들도 제대로 안 한거 아니겠냐는 질책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또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기관사님들이나 선로 정비 보수, 열차의 정비를 담당하는 분들이 대충 대충 하자고 합의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솔직히 아니지 않을까..? 최소한으로라도 말이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과 요구, 새로운 제안을 서슴지 않되, 무차별적인 욕설과 불평 불만은 좀 자제할 수 있는 그런 멋진 모습들로 가득찬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추위와 폭설에 전동차 운행에 애를 쓴 기관사님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문을 열고 닫느라 열차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며 닫히지 않는 문을 닫느라 애쓴 직원분들, 그리고 당연히 불편해 하고 있을 승객들의 불만을 모두 받아내고 참아낸 직원분들, 열차를 정비하느라 고생한 정비사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닫히지 않는 문을 직접 손수 닫느라 수고하신 모든 이름없는 승객분들... 다 여러분들 덕분에 요 며칠 지하철이 그래도 그나마 이렇게 운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추위 다들 무사히 이겨 내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철도 시스템은 하나하나 민감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철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철도 시스템과 비슷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

실제 그 시초부터 일본의 시스템을 상당부분 많이 도입했기에, 다른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지하철 시스템은 많이 닮아 있고, 실제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큰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다.

철도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일본의 철도 시스템은 여러 부분에서 참 매력적이다. 훗카이도에서부터 큐수까지 일본 전역이 철도로 얼기설기 얽혀있고, 그 역사 또한 오래되었기에, 철도와 함께 이어지는 그 모든 시스템과 역사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어 하나의 특징이 될 만큼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도입되는 철도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일정 시차를 두고 도입이 되기에 철도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체험해 보는 것은 꽤 재미난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철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철도 하면 철도의 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 그러나 이런 일본에도 약점이 존재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환승"시에 갈아탈 노선의 표를 "다시 구입" 해야 하고, 또 개찰기에 구입한 표를 "연속해서"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아는 사람들은 잘 알듯 우리나라처럼 국가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민영 업체에서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서로간에 요금 체계가 표준화되어있지 않아 요금 징수 체계가 다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단순히 지하철을 갈아타더라도 환승 통로에서 환승 표를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민영 철도 (사철 이라 부른다.) 시스템은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서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인천 공항 철도' 가 그 시초이다. 우리나라 최초 민자 건설, 민간 운영 형태의 '사철' 이 등장한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AREX, 출처 : 공항철도 주식회사 홈페이지>


일본의 사철 시스템들이 요금 문제를 일으켰듯, 우리나라에서도 이 인천공항철도는 문제를 일으켰다. 한 장의 표 구입으로 환승이 불가능했을뿐만아니라, 바로 '교통카드' 사용마저도 불가능했던 것.

아마도 처음엔 공항철도 운영 관계자들은 그런 정도의 반발을 겪게 되리라 생각하지는 못 했던 것 같다. 그저, 다른 나라 지하철을 타 보면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요금이 다르고, 표를 다시 사고,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더라도 타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어느정도 이용객들이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철도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표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 인정하게 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교통카드 사용이 안 되는 점은 여전히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공항철도는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한 개찰기를 도입하고,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교통카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녀석이 되었고, 이 교통카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자랑스러운 최고의 발명품 아닌 발명품이다.


<다양한 형태의 교통카드>

교통카드란 녀석은 대한민국 대중교통사에 있어서, 아니 전 세계 대중교통사에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도, 많은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들을 감동먹게 만든 바로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모든 철도를 관리하기에 지하철 환승시에도 처음 구입한 한 장의 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그 자체로도 일본인들의 부러움을 샀는데, 그 후 도입된 교통카드는 일본인들을 완벽하게 감동의 도가니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일본인들은 이 교통카드를 어떻게 하면 구입할 수 있나를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사랑받기 시작한 교통카드 녀석은 이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선불 교통카드에서, 후불형 교통카드로, 신용카드에 포함되고, 휴대폰에 포함이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마만큼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리고 가장 사랑받는 녀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통카드의 폭발적인 보급이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께 잘못된 영향을 끼쳐 드린 것만 같다.

이유인즉슨, 오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지하철 9호선의 개통을 시작으로 기존의 종이 승차권이 사라지고, '재사용 가능한' 교통카드 형식의 RF 카드표가 도입된다는 것이었다.

말은 좋은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표를 사기 위해 원래 표 값에 '보증금 500원' 을 포함해서 더 내야 한다고......

도대체 원래 표 값에 보증금을 받겠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참 신선하기만 했다.
차라리, 종이 승차권 가격에 백원을 더 받아 버리지...? 이미 지금도 카드 승차시와 100원의 요금 차이가 나고 있는 판국에 어쩌다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된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교통카드를 잃어버렸거나, 또는 자의적으로 일부러 교통카드를 아직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경우 지하철을 탄다 치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기본요금 1000원 + 보증금 500원인 1500원을 내고 표를 구입해야 한다.

정상적으로는 지하철을 한 번 이용하고 이 표가 회수되어야겠지만, 교통카드 방식의 카드이기에 이 카드는 회수되지 않고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에 지하철을 또 이용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나는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단순히 딱 한 번만을 이용할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주 급한 상황에서도 일단 표를 환불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500원을 위해...

아니면, 단순히 '조금 있다가 환불받지 뭐' 라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가, 영원히 조금 있다가 환불받으려 하게 된다거나, 또는 카드표를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남들이 멀쩡하게 900원을 내고 지하철을 탈 때, 나는 자의적으로 또는 교통카드를 잃어버렸기에, 교통카드 잔액이 없었기에 1500원짜리 지하철을 탄 셈이 되게 된다.

대체 이게 어느 나라의 시스템이란 말인가....

대개 대중교통수단은 해당 국가의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중요한 수단이 되고, 또 이것의 편리함은 해당 국가를 다시 찾느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한국어의 한 자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며칠 관광을 위해 지하철 표를 구입하는데 보증금을 냈고, 이마저도 설명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이들은 이 표를 그대로 '수집품' 처럼 쌓아놓고 있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 그네들의 기억에 대한민국 지하철 기본요금은 1500원이 되어 있을 것이고...

자원 절약, 그리고 관리 비용의 절약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승차권의 재활용은 무척 좋은 발상이다. 또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기에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발상, 좋은 방법도 결국 우리네 생활 속에서 편리해야, 불편을 주지 않아야 정말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일본의 교통카드 수이카>

우리나라에 교통카드가 선보인 이후, 한국의 요금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환승시 한 장의 표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던 일본은, 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같은 RF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합리적인 것만을 찾는 그들의 눈에도 교통카드 한 장으로 한 번에 요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은 분명 매력적인 것이었다는 증거다.

또한 나 역시도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에, 일본 여행시에 이 수이카 카드를 구입했을 정도이니까.

그러나 이런 '머리가 좋다는' 일본인들도 재사용 가능한 일반 승차권을 도입하지도, 그리고 '보증금'을 받지도 않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나라처럼 일반 종이 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홍콩의 일반 지하철 표, 옥토퍼스 카드-우리의 교통카드와 같다-나 지하철 표나 같다>

관광 하면 떠오르는 도시 중 빼놓을 수 없는 홍콩 역시도 그렇다. 홍콩 메트로의 승차권은 우리나라의 전화카드 같은 카드 형식의 표이고, 재활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보증금' 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지하철을 이용하고 난 뒤 표의 보증금을 '환불' 받아야 할 필요도 없다.

승차권 보증금 제도, 생각으로는 정말 좋은 제도이리라 어느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분명히 불편한 제도이자, 그다지 필요가 없게 느껴지는 제도이다.

구입시 500원의 추가 요금 (아무리 보증금이라도 돈 내는 입장에서는 추가 요금이다.) 을 내야 한다면, 그리고 일일이 환불을 받아야 한다면...

어느 관광객이 우리나라 지하철을 타려고 할까..? 평생 살 것도 아니고, 그 며칠의 이용을 위해서 말이다.

그냥 차라리 홍콩의 시스템을 도입하던지... 아니면 그냥 종이 승차권으로 가던지, 아니면 일회용 카드 표를 내릴 때 개찰기에서 회수를 해 버리자. 그러면 될 것이 아닌가?

굳이 보증금 500원을 받아야겠나?

만약 하루에 천명이 일반 승차권을 구입하고, 그 중 100명만 이용 후 즉시 보증금 환불을 받는다 치면 500*1000-500*100=450000원.

실제 이용하는 이용객은 이보다 더 많을 테니, 여기에서 100을 곱한다 쳐도 4천 5백만원.

이 모인 보증금을 현찰로 보관할 리는 없을테고....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문득 얼마전 불만제로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의 운영 실태를 다루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런 표현이 있다.


"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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