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 언론사는 다음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버스승객 너무 많은 죄?


삼화고속 인천~서울 5개노선 전용차로 통행 막아


서울시 "출퇴근 시간 정거장 정체 유발 심각" 해명

인천시 계산역에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까지 버스로 출·퇴근하는 김민석씨는 요즘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났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양화·신촌로 5.2㎞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했는데도 그렇다. 인천에서 서울로 운행하는 삼화고속 5개 노선 버스에 대해서만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원인이다.

...... <후략>


요약하자면 내용은 이렇다. 구랍 12월 26일 약 1년에 가까운 교통 불편을 주었던 양화, 신촌로의 중앙 버스 전용 차로 공사가 완료되어 정상 개통되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노선 버스들이 중앙 전용 차로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이 구간을 운행하는 삼화고속 소속의 일부 시외버스들이 중앙 차로를 이용하지 못 하게 되고, 중앙차로로 인해 상대적으로 일반 차로의 교통량이 늘어나게 되어 이동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은 해당 노선들이 승객들이 많아 전용 차로의 혼잡을 가져오기 때문에 통행을 제한했다. 라는 것이다.


사실상 서울시측의 해명은 맞다. 이들 노선의 이용 승객 수가 무척 많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정차해 있어야 하고, 이는 다음 버스들의 이용을 막는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뒤따르는 버스들이 제 시간에 정류장을 지나치지 못 하고 기다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버스전용차선 전체의 혼잡을 유발하게 되어, 버스전용차로의 제 기능을 다 하지 못 하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2004년 버스 전용차로 첫 개통 때 강남대로에서 펼쳐진 버스 기차 현상이 이곳에서도 똑 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의 원인이 된 이 시외버스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양화로, 신촌로를 거쳐 서울역으로 이르는 구간을 이용하는 버스 노선은 모두 세 종류이다. 하나는 일반적인 서울시 소속의 버스, 다른 하나는 합정, 신촌 구간을 이용하는 고양시 소속의 좌석, 시내버스,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이 1000번에서 1900번까지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삼화고속 소속과 동백교통(이 맞던가..? 1900번의 회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소속의 서울역 - 인천 간을 운행하는 시외버스들이다.

신촌과 인접해 있는 고양시의 경우, 고양시에서 신촌, 그리고 서울역으로의 교통 노선이 상당 수 분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혼잡을 유발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외버스 노선의 경우에는 인천 시내에서 신촌을 거쳐 서울역으로 한번에 나가는 거의 유일한 노선인 탓에 그 이용자의 수가 무척 많은 편이다. 또한, 시외버스였기 때문에 (지금은 통합 요금제로 통합되었다.) 기존에 합정, 홍대, 신촌, 서울역의 몇 곳에 지정 정류장과 매표소가 있었는데, 지금도 남아있는 지정 정류장에서 이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수가 무척 많은 것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몇몇 얌체 노선들처럼 일명 짱박기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 장시간 정차해 있는 것. 짱박기도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행위 중 하나.)를 하는 노선은 아니지만, 그 이용객이 무척 많다보니 버스가 한번 정차할 때마다 약간의 교통 혼잡이 유발되고는 한다.

때문에 이 노선들 중 일부는 중앙차로를 통과하지만 이 노선들 중 일부는 중앙차로 통행이 허가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는 정류장의 특성과 노선의 특성이 한데 합쳐져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번 포스트에서 다룰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현재 서울시가 취하고 있는 이 대처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에 무조건 모든 노선의 중앙차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까?

해법은 강남대로의 전용차로 혼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7월, 대대적인 서울시 버스 개편과 함께 개통된 강남대로의 버스전용차로에서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시장의 호언장담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원래부터 차량 소통이 많고, 서울시 자체의 버스 노선이 통과하는 양도 많았던 곳이었던 데다가, 용인, 광주, 성남, 수원, 하남 등지의 교통 관문, 여기에 고양시의 통과 노선까지 가세해 오히려 버스 시스템의 마비를 가져온 것.

여기에 시외 버스 노선들의 짱박기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늘어났고, 결국 경기도 소속 버스들의 중앙차로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해결 방법이 실제로 이것밖에 없었으니 어떻게 할까...
결국 상당수의 경기도 소속 노선들이 강남역 구간에서 가변 차로로 이동하여 운행하게 되었고, 그나마 아주 조금 이 강남대로에서의 버스 정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불편한 것을 참자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기에 약간의 불편을 참고, 모두가 조금씩 득을 볼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낫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들 노선들이 모두 중앙차로로 운행하다가 정류장 정차 시에만 가변차로로 빠져나오도록 한다면, 이것 역시도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을 수 있다. 분명 모두가 중앙차로를 이용하면서 해결할 '수도' 있다.

다음 번 포스트부터 전체적인 버스전용차로의 문제점과 내 스스로 생각해 왔던 해결 방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편씩 주제별로 올려볼 생각이다.

다음 편은 문제 분석 편으로 왜 교통 혼잡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언론들에게 묻고 싶다. 해결 방안이 없는 단순 문제 제기도 좋다. 그러나 이런 상황 같은 경우는 무턱대고 시민들의 불편만을 집중 부각시키면 일부의 불편이 전체의 불편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적당한 균형이 없이 너무 한쪽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지 않은 편집 방향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글이 특정 언론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이다.

나는 단지 해당 기사를 쓴 기자분께 전체적인 맥을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적은 것이지. 해당 언론을 비난하기 위해 올린 글이 아니다.

그게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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