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약 한 2개월쯤 된 듯한 어느 때에 언론을 통해 LG텔레콤과 LG데이콤 등, LG그룹 산하의 통신 관련 부문이 하나로 합치기로 하고 사명을 통합 LG텔레콤으로 변경한 것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상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KT의 경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선전화 부문과 초고속인터넷 사업 부문 외에 자회사 격으로 KTF를 통해 휴대폰 사업 부문을 가지고 있었고, LG그룹이 데이콤과 신비로를 (신비로가 맞는 것 같다. 기억이 확실 치 않음)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며 3대 통신사가 무선 유선 부문을 모두 가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KT는 KTF를 합병하는 상황에까지 와 버렸고, SK텔레콤은 아직 두 부문을 합병할 의도까지는 있어 보이지 않으나 무선 유선 파트에서 전부 서로를 홍보하며 결합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어찌 보면, 여기에서 LG그룹의 무선 유선 부문의 통합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기존의 KT나 SK가 가지고 있는 목표가, 유선과 무선 부문을 합친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기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느 부문에서도 서로간의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대체로 기업이란 녀석이 자기 사업 부문을 통합하려면 비용 절감을 내세우게 되는데, 통신 사업 부문에서는 절대 그런 것 같지 않다.) 통합 LGT는 "탈 이동통신" 을 선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들 알고 있는 바이지만, LG텔레콤은 가끔은 '비운의 통신사' 라고 불리우는 나름 불쌍하기까지 한 어쩡쩡한 이동통신 회사이다. 1위 SK텔레콤, 2위 KT에 이은 3위 기업이고, 그나마도 SK의 800MHz 황금 주파수, KT의 아이폰.... 을 제외한다면 가진 것이 참 없는 기업이다.

단말기 라인업도 가장 적고, 신제품 출시도 가장 늦다. (옴니아의 경우에는 반대였지만)

기존의 IMT2000 사업권이나 통신사의 인수 합병 등의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어왔던 LG텔레콤. LG그룹만큼이나 국민들도 이 통신사는 '계륵' 으로 느껴졌으리라.

그러나 통합 LGT를 내세우면서 상황은 급반전되었다. LG그룹이 이를 애당초부터 염두에 두었는지, 아니면 그룹 차원에서 아직 생각을 미처 못 하고 있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며칠 전 언론에 실린 기사를 통해 본다면, LG그룹 측도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MyLG070이란 서비스 덕분이다.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깟 인터넷전화 070이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삼성 와이즈 070 등 다른 070 사업자들이 많이 있지만,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통합LGT가 마음만 먹으면 단번에 SK, KT 따위는 잘 하면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이놈이 뭐길래....>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070 전화기는 '휴대폰' 이라고.

그렇다. 어이없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LG데이콤의 070 전화기는 그야말로 휴대폰이다. 정말 휴대폰이다. 이 기계 하나만 가지고 나오면 심지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서까지 통화가 가능하다. KTX에서도 통화할 수 있다. 그것도 전화를 받는 상대방이 같은 LG데이콤 인터넷 전화라면 '공짜' 로.

인터넷 전화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이다. 전화기가 기존의 전화선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선에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터넷전화의 특징은 기존에 전화선은 전화선 하나 당 전화기의 전화번호가 결정되어 있었다면, 인터넷 선은 하나의 선으로 컴퓨터로도 인터넷을 해야 하고, IPTV를 보는 사람들에겐 TV 화면도 제공해야 하는 등 하나의 선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인터넷 선 하나하나에 전화번호를 부여할 수 없다.

인터넷 선은 전화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읽으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기초 개념에 가깝게 적었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지식이 있는 분들께는 표현이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보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렇게 작성하였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인터넷 전화의 전화번호는 전화기 기계 그 자체에 할당되게 되고, 이런 점 때문에 내 인터넷 전화기를 세계 어디에서나 아무 인터넷 선에만 연결하기만 하면 내 전화번호로 전화가 연결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이 전화기 하나만 가지고 다니면 어디에서든지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공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까지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막강한 녀석이다.

여기에 LG데이콤의 엄청난 홍보와 지원으로 유치해 낸 엄청난 수의 인터넷전화 가입자 수이다. 무선 전화기와 무선 전화기를 연결해 주는 무선 공유기 단말기 일체를 사실상 공짜에 가깝게 뿌리다 보니 굳이 인터넷이 가능한 공공장소가 아니더라도, 아무 가정집 옆에서마저도 이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통합 LGT의 엄청난 힘은 바로 여기에 숨어있는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사업자가 이동통신 망을 구축하고, 이동통신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반 시설. 즉 기지국을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용자가 원활히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이 기지국을 최대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잘 설계하여 촘촘히 설치해야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순전히 통신 사업자가 초기에 전액 부담을 해야 하므로 초기 투자비가 높아 시장 진입이 어렵다. 또한 LG텔레콤처럼 가입자 수도 적고, 가입자 매출도 적은 통신사의 경우에는 조금은 기업이 나태한 탓도 있었겠지만, 여튼 이 기지국을 통한 서비스 (이를 커버리지 라 부른다.) 가 원활하지 못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커버리지의 초점을 이통통신이 아닌 인터넷 전화로 옮기면 상황이 달라진다. LG데이콤은 엄청난 초기 투자 비용 없이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서비스를 '돈 내고 써 줄' 사용자들에게 단지 전화기와 무선공유기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초기 투자 비용을 거의 없앤 채로 전국망에 가까운 커버리지를 확보해 둔 상태다.

여기에서 조금 더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통합LGT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그것도 이동통신망이 아닌 무선 인터넷 망으로 전국 커버리지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약간의 조작과 아주 조금의 비용만으로도 충분히 전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커버리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미 노트북이나 휴대용 무선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아무 곳에서나 무선 인터넷 기기를 검색해 보면 십중 팔구는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무선인터넷 장치가 검색된다. 때문에 이미 LG데이콤의 무선 인터넷 점유율 1위 가능성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손쉽게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답보 상태에 있는 와이브로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이 인터넷전화 망을 어떻게 건들면 시장을 카오스로 몰고 갈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정답은 바로 FON 네트워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FON 네트워크는 무선 인터넷 기술이 막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올 때 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인터넷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하나의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공짜 인터넷을 원하는 사람들은 FON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FON 네트워크에서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무선랜 공유기를 집에 달아 내 집 주변의 누구라도 내 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나 역시도 다른 곳에서 다른 FON 회원의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이 움직임이 엄청난 반향을 얻지는 못 하게 되어 지금은 FON 네트워크 회원들 중심으로 무료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 외의 사용자들에게는 유료로 인터넷을 개방하고 있지만, 당시에 이는 충분히 획기적인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그렇다면 이 FON 네트워크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수익성 때문이다. 값싼 가격에 모두를 위해 장비를 공급하고, 모두가 공짜로 이를 개방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공격적으로 퍼뜨리려고 하기엔 어떤 당근 같은 존재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LG데이콤은 다르다. 충분히 LG데이콤은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이미 수익을 벌어 들이고 있으며, LG데이콤이 인터넷 전화 가입자들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만을 제공한다면 상황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바뀔 수도 있다.

FON 네트워크의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라면 LG데이콤 사용자들은 '값싼' 전화 서비스를 쓰기 위해 직접 가입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 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LG데이콤이 돈을 받아 가며 구축한 전국망에 가까운 이 망을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망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전의 언론 기사에서도 밝혔듯, 통합LGT는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에게 지급한 무선랜의 힘을 우선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망을 개방하도록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입자들에게 망 개방을 권유하면서 이에 동의한 가입자들에게는 한달에 약 5천원 정도의 요금 할인을 해 주면 된다. 어차피 내돈 내고 싼값에 전화를 쓰기 위해 가입한 사람들인데, 이를 해지할 일도 없고, 게다가 안그래도 싸게 쓰려고 가입한건데 더 깎아준다면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통합LGT는 자신들이 지급한 무선 공유기의 안테나를 최하 5dBm 이상의 커버리지가 넓은 안테나로 바꿔 달아준다. 이렇게 되면 커버리지가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이동통신이라면, 기지국에 들어가는 전기료나 관리비 등이 이동통신 업체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되는데, 이 서비스는 웃기게도 기지국 역할을 할 무선 공유기는 각 가입자들이 설치해 사용하고 있으므로 전기료나 다른 여타 관리비 등의 비용이 일체 통신사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잇점이다.

또 넓어진 커버리지만큼 인터넷 전화 사용자들이 인터넷 전화 단말기를 더더욱 더 많이 휴대하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터넷 전화의 사용을 늘려, 통합LGT 측에서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부분이 된다. 전국 5000만 인구가 모두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부분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맛있는 떡이 존재한다. 바로 노트북 이용자들에게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이 인터넷 전화 망을 개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선랜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는 그냥 산수로 계산하더라도 무선망을 개방하는 사용자들에게 주는 5천원 할인에서 나오는 매출 감소를 어느 정도 보상해 줄 수 있는 수익을 제공하게 된다.

대신, 최소한도로 가입자의 인터넷 망에 악의적인 사용자가 침투하지 않도록 보안 부문에 더 힘을 쏟아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다시 생각해 보면, 관련 산업들의 발전을 유도할 수도 있는 부분 아니겠는가?

지인의 이런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한 마디가 있다.

"나는 삼성 와이즈 070인데 우리집 전화기는 LG데이콤 공유기에 연결되어 있다니깐?"

이 정도로 LG데이콤 공유기는 휴대폰 기지국에 견줄 만큼 엄청나게 보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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