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입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탔습니다. 한참 내려가는데 엘레베이터가 멈춥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참 희한합니다. 분명 나 혼자만 이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나 혼자만 이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닌데, 엘레베이터가 빨리 오지 않으면 가끔 짜증도 나고, 내려가는 중간에 누군가 엘레베이터를 타기라도 하면 갑자기 급 짜증이 몰려오기도 하죠.

게다가 2층 3층의 저층에 사는 분들이 타기라도 하면 짜증 수준을 넘어 화가 몰려오기도 합니다. 특히나 운동이 좀 필요하겠다 싶은 분들이 2층이나 3층을 가기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기라도 하면 더더욱...

짜증이 나는 상황은 더 있습니다. 급한 아침 출근길인데 이유없이 고층에서 저층으로.. 그러니까 1층으로 내려가시는게 아니라, 10층에서 2층을 내려간다던지..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엘레베이터가 중간에 멈췄는데, 사람이 없는 경우입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어느 순간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어라 1층을 내려가기엔 짧은 시간인데 하고 바라보니 3층.. 안 그래도 화가 날 법 한 시간인데 사람마저 없습니다.

아무리 여유롭게 나가려고 해도 나가기가 즐겁지만은 않을 출근길이기에 분초를 다투어야 하는 상황인데 저층, 그나마도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그 누군가가 앞에 보이지 않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엄청나게 치밀었죠. 이 바쁜 아침 시간에 대체 뭐하는 짓인지..

아마도 3층이기 때문에 엘레베이터를 기다려 보다가 엘레베이터가 늦게 오니까 걸어 내려갔겠지요. 타고 있는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 한 채 말입니다.

그렇게 엘레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어떤 놈이야 싶어 바라 본 순간...

몸이 불편해 다리를 절면서 출근길에 오른 듯한 한 중년 남성이 보이더군요.

갑자기 화가 났던 생각이 어느 새 완전히 사라지고..

'올 때까지 그냥 기다리지 뭐 하러 힘들게 계단을 내려왔담... 바보같이..'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과연 사람의 생각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분명히 나의 소중한 시간 몇 초를 허비하게 만들어 어쩌면 내가 제 시간에 차를 놓칠 수도 있었을 중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은 그 분께 왜 힘들게 걸어 내려왔느냐, 라고 속으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날 하루만큼은 그 분이 엘레베이터를 편히 마음껏 타고 다녔길 바랍니다..


포스트 안의 사진과 그림은 네이버 이미지에서 검색한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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