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을 향해가는 의 어느 날 아침 8시쯤. 내 눈을 향해 마치 일직선으로 쏘듯 강렬한 햇살이 내 눈에 들어온다.

더 자고 싶은데, 더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젠장.. 이놈의 창문.. 커텐이라도 있었으면....
에어컨 밑이 따뜻해서 일부러 창가쪽 침대에 누웠더니.. 후회 막심이다..

하루를 보낸다....

오후 2시, 너무 더워 죽을 것만 같다. 에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담...

그리고 오후 5시가 된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 10시쯤. 날씨는 너무 싸늘하다.


여름이 한창인 8월의 어느 날,

아침 7시, 생각외로 그다지 날이 덥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혹시 모르니까, 옷은 얇은 옷을 입어본다.

오전 10시, 그늘만 찾아 다닌다고 다니는데도 너무 더워 죽을 것만 같다.

오후 6시,  해가 지기 시작한다. 8시쯤 되니 꽤 선선해진다.

저녁 11시.. 춥다. 집에 들어가서 두껍게 이불을 덮고 자야 할 판인가보다..


위의 두 상황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도쿄에서 실제로 있을 때의 일상을 적은 것이다.

같은 8월, 그리고 같은 시간인데도 일본에서의 하늘은 우리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단지 우리나라보다 낮은 위도에 있어서 덥기 때문이 아니다.

같은 8월이고 같은 시간, 아직 한국은 한참 밝을 오후 7시, 8시의 시간에도 일본의 하늘은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다.

한국은 10시쯤이나 되어야 땅의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지만, 일본은 8시만 되어도 금방 서늘함을 느낀다.

11월 말의 일본. 우리나라에서 11월은 막 겨울로 이동해 가는 때이기 때문에, 눈에 띄게 해가 낮아져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아침 8시에 창문을 넘어 내 눈을 일직선으로 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본은 햇빛 때문에라도 일어나야 한다.
방에 커튼이 없다면....

그리고 해가 눈에 띄게 늦게 뜬다. 우리나라라면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이놈의 일본 해는 왜 그렇게 일찍 뜨는 지 환장할 노릇이다.

서로 같은 시간을 쓰고, 같은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것은 바로 표준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표준 시각은 일본의 표준시각을 똑 같이 사용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시각은 '동경 기준시' 인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와 일본은 시차 그 자체로 친다면 약 30분의 차이 만큼 떨어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본에 비해 같은 상황이라면 30분 늦게 해가 뜨고, 30분 늦게 해가 지는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유례없는 대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일본. 한 국가가 돌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 시설 중 하나인 원자력 발전소가 엄청난 피해를 입어 21세기의 선진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전력난에 처해있다. 그래서 일본이 서머타임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대체 무슨 생각으로 튀어나온 것인지,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서머타임제 부활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단다.

이유라면, 옆나라 일본이 도입하니까, 우리도 같이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란다.

이건 정말.. 옴니아가 아이폰 따라잡겠다고 하는 소리 만큼이나 얼토당토 않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서머타임제란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에 표준 시간을 한시간 앞당겨 해가 떠 있는 낮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사실상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이익이 뒤따른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해가 떠 있는 낮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체로 고위도에 속해 있어, 연 평균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면 더더욱 서머타임제에 의한 이득이 상당하다는 것 쯤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서머타임제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사실, 지난 해에도 같은 소동이 한번 있었다. 굳이 누구 때문이라던지, 누구 입에서 먼저 꺼낸 말이라던지, 이런 얘기로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하시는 분들의 갑작스런 서머타임에 도입이라는 카드에 온 나라가 잠깐 술렁인 적이 있었다.

사실 에너지 절약 면에서는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 그마만큼 전력 사용량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특히나 전력 수요가 높은 여름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과연 그 기대 효과는 얼마나 될까?

굳이 여기서 수치상의 어떤 비교를 할 생각 까지는 전혀 없다. 그러나 단순히 한번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전경련이었던가... 하는 경제인 관련 단체에서 대한민국의 서머타임제 도입에 대해 어떠한 실익이 있을까를 분석해 본 결과 생산성 향상, 내수 진작, 경제활동 증가 등의 이익이 기대된다고 하였다고 한다.

또, 낮 시간 증가로 인해 사고가 줄어들고, 범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단다.

중요한 점은,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는데 왜 생산성이 향상될까? 노동 시간은 항상 똑 같은 8시간일텐데 말이다.

햇빛에 의해 생체 리듬이 영향을 받는 인간의 특성상 사실,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이 밤 시간보다 업무 효율이나 성과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같은 8시간을 일하더라도 해가 떠서 지는 시간 보다는 내내 계속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일하는 것이 분명히 기업이나 국가, 그리고 개인에게 있어서 모두 도움이 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까?

무엇보다도 전 국민들의 생활 리듬이 깨어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평소보다 한 시간을 일찍 일어나게 되기 때문에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잠깐 동안은 생체 리듬이 맞지 않아 꽤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직장생활 특성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업무시간이 증가한다.

단순히 시간이 빨라지는 것 뿐이지, 출퇴근 시간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닐텐데, 왜 업무 시간이 증가할까?

무역 업체를 하나 놓고 생각해 보자.

홍콩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업체는 홍콩의 업무 시간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

현재 홍콩은 우리나라에 비해 1시간 늦은 표준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홍콩 직원들이 9시에 출근하여 6시에 퇴근한다면, 우리나라 기준으로 이 회사 직원들은 10시부터 7시까지 홍콩의 거래처와 연락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서머타임제가 시작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이 회사 직원들은 홍콩과의 시차가 한시간이 더 벌어지기 때문에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홍콩 거래처와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벌어먹고 살기 위해서' 는 이를 악물고 한시간을 더 일해야만 한다.

서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4시간 떨어진 시카고의 거래처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IT 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서머타임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 시간이 3월 30일 오전 9시라면, 미국 시카고는 3월 29일 오후 7시에 해당된다.
이 때, 미국의 서머타임제 시기가 되어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한국시간으로 3월 30일 오전 9시가 미국 시간으로는 3월 29일 오후 8시가 되는 셈이 되고, 이 경우, 한국 사람들은 한 시간 더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서머타임이 시작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전과 별반 차이 없는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어떻게던 서머타임제를 시작하면 좋건 싫건 업무 생산성은 수치상으로 증가하게 되어 있고, 결국 이것은 경제 효과로 나타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이런 효과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생체 리듬이 깨어지는 부담을 안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갈까. 아니면 회사에게 돌아갈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구조 상, 안타깝게도 이러한 이득을 사용자와 피 사용자 모두가 고루 노리기란 어렵다. 일부 노사문화가 잘 정착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 (인센티브라던자 옵션이라던지 하는 것들) 을 통해 그들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서양과 같이 9 to 6 (9시에 출근하여 정확하게 6시에 퇴근하는 것) 시스템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못한다. 자신의 업무를 모두 마쳤는데도 퇴근 시간에 정확히 퇴근할 수 없게 만드는 직장 문화가 아직도 자리잡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실상, 이 업무 시간 안에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여러 통계 조사 수치 등을 토대로 봤을 때, 꼭 그런 것만 같지도 않다. 어딘가 서양과 비교하면 약간은 애매한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제외하고서라도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는 이미 30분 빠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맨 처음 서두에서도 밝혔듯, 일본만 하더라도, 자신들의 위치에 맞는 표준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는 일찍 뜨는 반면에 해는 생각외로 일찍 진다. 한여름에도 7시만 되면 주변이 어둡다. 그러나 우리는 어떨까. 8월 한여름에도 해는 8시쯤이나 되어야 거의 다 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미 일광을 남들보다 더 쓰고 있다는 말이 된다.

서머타임제는 다른 말로 일광 절약 시간이라고도 한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어차피 해는 일찍 떴으니까. 해가 떴을 때 그냥 일어나서, 해가 떠 있는 동안 조금 더 활동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서머타임제를 시작해 버리면, 우리나라가 위치한 곳의 표준 시간에 비해 무려 1시간 30분이나 더 빠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8월 한여름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나는 출근을 위해 집에서 보통 6시 정도에 일어나 여섯시 반에서 50분 사이 정도에 출발한다. 이 때의 8월은 해가 어느정도 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무척 더운 여름날 가장 꿀맛 같은 선선한 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시간이 빨라진다면?

별을 보고 출근하게 된다. 보통 8월쯤에는 아침 5시 40분에서 6시 정도면 해가 뜨고, 12월에서 1월 쯤에는 보통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해가 뜬다. 그렇다면 8월에 서머타임이 시작되어 버리면 나는 실제로는 5시에 출근을 하는 셈이 되고, 계속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나는 별을 보고 출근해서, 별을 보고 퇴근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게 어딜 봐서 일광 절약 시간인가.

우리나라는 기업에서의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는 것 보다 무척 효과적일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보는 대한민국은 그렇다. 올 겨울, 전력 수요가 최대치를 몇 번이나 기록할 만큼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공공 건물의 실내 온도 낮추기가 급 유행했었는데, 불필요한 전력 소모만 줄여도 굳이 이런 쓸데없는 고생을 사람들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일본이라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같은 새벽 6시여도 일본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30분 일찍 해가 떠 있기 때문에, 8월쯤이라면 아침 5시에 5시 반 정도면 해가 이미 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굳이 전력난 때문이 아니더라도 굳이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고 싶다고 한다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그렇다. 미국의 해는 겨울에 근접하는 시간이면 5시 반 정도만 되어도 금방 어둑어둑해진다. 6시만 지나도 밖에서 돌아다니기가 조금 거북스러울 때가 있다. 오죽하면 8시가 지난 시간에는 밖에도 잘 돌아다니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30분 늦은 시간을 살고 있어, 남들보다도 해가 30분 늦게 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단순히 사람이 깨어 있는 낮 시간만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는데도 일찍 일어나 늦게 자는 삶들을 살고 있다 보니, 세상은 꽤 밝은 편이고, 의외로 범죄율은 타 국가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새벽에 나돌아다녀도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굳이 표준 시간을 30분 늦게 조절하라고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는... 제발 과학적으로 생각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너무 돈 계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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