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얼마 있지 않으면 이동통신 주파수 영역 중 '황금 주파수' 로 불리던 800Mhz대의 주파수 중 일부 영역이 재분배됩니다. 그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SK텔레콤이 독점해 온 이 주파수가 재분배됨으로 인해서 모두들 SK텔레콤의 독점 체제가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KT와 LG텔레콤에서 말입니다.

SK텔레콤은 80년대 한국통신에서 운영하던 한국 이동통신을 인수하여 800Mhz 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고, 90년대 중반 군 전용으로 쓰이던 800Mhz대의 또 다른 영역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었던 신세기통신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800Mhz 주파수 영역을 사용한 이동통신 시장에서 독점 기업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이 황금 주파수 라고도 불리는 800Mhz 대 영역의 주파수는 무엇보다도 물리학적으로 파장이 길어 기지국 하나로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기지국을 설치해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커버 영역 (커버리지)이 넓은 덕분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편 없이 원활히 통화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후발 주자인 KT와 LG텔레콤이 지닌 1.8Ghz 대의 PCS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직진성이 좋아 전파가 차단되기 쉬운 벽 등을 잘 뚫고 지나갈 수 있으므로 음영 지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과 한 번에 800Mhz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실을 수 있어 800Mhz에 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파장이 짧고 전파의 도달 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기지국을 세우지 않으면 원활한 서비스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최대한 불편 없이 통화를 하고 싶은 이들, 아무래도 사업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겠죠. 이런 분들은 후발 주자인 PCS 서비스 보다는 기존의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요 800Mhz 셀룰러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또한 지금도 어느정도 그 흐름은 지속되고 있지요.

때문에 KT와 LG텔레콤에서는 이 800Mhz 주파수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자신들에게도 이 망을 분할해 줄 것을 당시의 정통부에 강하게 어필했었습니다.

적어도 그 때 만큼은 그들의 입장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봅시다. KT와 LG텔레콤이 어찌저찌해서 망을 분배 받았다 칩시다.

그렇다면 기지국은요?

기지국도 없는데 SK텔레콤의 알짜 고객들이 자기네 회사로 옮겨가 줄까요? 그렇다면 망 사업권만 부여받고 SK텔레콤의 기지국을 로밍 형태로 임대해서 쓴다면요?

만약 SK텔레콤이 이 혐상에 응하지 않으면? 또는 비용 협상에서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한다면?

이러나 저러나 800Mhz 서비스는 가져간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에는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10년. 그간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3세대 이동 통신 서비스의 시작이었죠. 화상 통화가 가능한 것부터, 더 빨라진 데이터 송수신 속도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과는 또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3세대 서비스의 특징은, 주파수가 모두 2.1Ghz대로 동일한 영역으로 기술 표준이 결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 주파수를 전 세계에서 공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불편 없이 자신들의 휴대전화로 로밍해서 쓸 수 있는 것 역시도 3세대 서비스가 가진 특징이지요. 기존의 2세대 서비스가 셀룰러, PCS, GSM, PHS 등 너무나 많은 규격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고 있었던 탓에 서로간의 국가에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불편했던 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었지요.

그리고 또, 이 새로운 통신 서비스의 시작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KT는 기존의 시장 2위 사업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과감히 기존의 2세대 서비스를 포기하고 3세대 서비스에 올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반해 SK텔레콤은 기존의 자신들의 서비스를 믿고 3세대 서비스 투자에 소극적이다가 생각외로 KT가 3세대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여 나가는 것에 당황하여 3세대 서비스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통부의 채찍질도 있었지요.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현재 3세대 서비스에서는 KT의 점유율과 서비스 품질이 SK텔레콤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아져 3세대 서비스로 놓고 보면 KT의 한풀이는 어느정도 풀린 셈입니다.

그런데 또 뭐가 더 불만인 걸까요? 무엇이 더 부족한 것이기에 이렇게 KT와 LG텔레콤은 800Mhz 주파수 재분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요?

스피드 011 번호 마켓팅을 막아서 SK텔레콤의 독점을 깨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들의 주장대로 010 식별번호 통합이 시작되었고, SK텔레콤은 아직도 신세기통신 합병 때 조건으로 붙었던 시장 점유율 50% 이상일 경우 정부의 제재를 받는 조항을 아직도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난감하게도 SK텔레콤의 전체 점유율은 무척 높습니다.

이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주된 포인트가 이것이 아니다보니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 우량 고객들의 충성도, 또 이탈하고 싶지 않은 심리. 기존부터 사용해 오던 서비스이니까, 이 서비스가 가장 좋은 서비스일 것이다라는 심리 등, 많은 것이 작용했겠지요. 또 기존의 SK텔레콤 이미지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고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세계적인 대세의 흐름을 따라 3세대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곧 또 다른 통신 표준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며, 기존의 통신 서비스들은 예전의 삐삐가 그러했듯 조금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할 것입니다. SK텔레콤의 2세대 서비스만이 가진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대세의 흐름을 따라 가게 될 테지요.

그러나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수익의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충성도가 높은 우량 고객들을 빼앗아 오고 있지 못 하기 때문에 KT는 지금 그래도 아직 안달이 나 있는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겠지요.. KT도 돈을 버는 기업이니까..

그러나 KT와 LG텔레콤은 한 가지 악수를 둔 것이 있습니다. 바로 010 식별번호이지요.

정통부에서 010 식별번호 통합을 추진했을 때 KT와 LG텔레콤이 강하게 반발했더라면 아주 잠깐의 식별번호 마케팅을 끝으로 KT가 이들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많이 끌어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점점 분위기는 3세대로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SK텔레콤도 한동안 신규 휴대폰 라인업을 3세대쪽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가, 요새들어 다시 2세대의 라인업도 신경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기존 식별번호를 쓰면서 사용량이 많은 우량 고객들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죠.

예 그렇습니다. 이제와 KT의 3세대 서비스가 기존의 KT의 2세대 서비스만큼 음영지역이 많이 사라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졌을 정도로 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휴대폰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포기할 수 없어 아직도 기존의 2세대 서비스를, 그리고 PCS보다는 SK의 800Mhz 서비스가 더 좋으니까 계속 쓰고 있습니다.

그중의 상당수가 최신 휴대폰을 사용해 보고 싶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만의 이유로 인해 SK텔레콤에 남아 있는 것이지요.

이제 그렇게 010 통합을 찬성하던 KT가 부가서비스로 3세대 휴대폰을 쓰면서도 착신번호는 기존의 식별번호로 착신번호가 뜨도록 하는 부가서비스를 선보인답니다.

사실, 실제 휴대폰 번호는 010으로 바뀌는 건데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기존 착신번호로 연결시켜 상대방 휴대폰에 기존 번호가 뜨게 만드는 것일 뿐이죠. 이것만으로도 KT가 010 번호 통합을 찬성했던게 자신들도 악수를 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란 반증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800Mhz 주파수 재분배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어차피 시장은 3세대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800Mhz 주파수에서 3세대 서비스를 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기술 표준으로야 기존의 CDMA 서비스에서 Rev A. 로 기지국만 업글하면 (LG텔레콤처럼) 3세대 서비스로 분류가 됩니다만은, 2.1Ghz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3세대 서비스와 호환되지도 않을 뿐더러, 이들의 밴드를 지원하는 듀얼밴드, 트리플밴드 폰을 내놓으려면 휴대폰 가격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지국은요?

차라리 아이폰 도입과 같은 경쟁이 가능한 시장 경쟁 체제를 제대로 확립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통신사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더욱 더 키워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테고요.

그냥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