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파나소닉의 DVX100A를 자주 사용할 기회가 생겨 두달쯤 전부터 이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작업용 카메라로 소니 외에는 파나소닉 제품이라곤 스위쳐나 비디오 데크 리니어 편집기 정도 제품 외에는 사용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첫 촬영 때에는 단순히 경험으로 이 카메라를 만지기엔 아무래도 어색한 점이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이 카메라도 손에 금방 익었고, 사람들이 왜 DVX100, DVX100 하는지 알겠더라. 거의 표준에 가깝게 쓰이다시피 하는 소니 제품에 비해 월등히 넓은 화각, 동급 기종 중에서 유일한 매뉴얼 줌.

화밸이라던지, 노출, 몇 가지의 유저 인터페이스 부분이 소니와 비교한다면 좀 극악에 가까운 점을 빼곤 일반적인 촬영에서, 특히 24P 촬영시에 색 보정을 해서 촬영한다면, 단편영화용 정도로는 가격대로 최고의 장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단지 촬영 후 편집만이 중요했기에 프로그레시브 촬영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나니 24P 촬영이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달쯤 전 부터는 24P 촬영을 해서 24P 편집을 해 보고 있다. 이것 저것 처음에 한 하루정도 부딧혀 보니까 이젠 그닥 어렵진 않더라. 단지 소스의 차이일 뿐..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24P 때문에 망신당한 사연 되겠다.

공중파 HD 방송 초기에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면 특히 '다모' 를 보실 때 유난히 화면이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 것이다. 지금도 종종 그런 촬영을 하는 곳이 있는데, 기억에 얼마전 종영한 KBS의 결혼 못 하는 남자 였나? 엄정화가 나왔던 그 드라마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튼, 우리집은 HDTV인데 왜 화면이 이렇게 뚝뚝 끊어지며 보이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좀 계셨을 텐데, 이것은 바로 24P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24P란 24프레임 프로그레시브 촬영을 의미한다.

프로그레시브 촬영으로 초당 24장의 사진을 찍어 영상으로 만들었다는 소리다.

응? 프로그레시브가 뭐냐고?

우리가 지금껏 보는 TV는 초당 약 30장의 화면 전환을 통해 정지영상을 동영상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일종의 '마법 상자' 다. 이쯤은 웬만한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 이리라.

이러한 TV는 그 표현 방식 때문에 순차 주사(interaced scan, progressive 라고도 함) 방식과 비월 주사(non-interaced) 방식의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 사진이 만약 내가 TV 화면에서 보여 주고 싶은 화면이라면, 이 화면이 한번에 나타나는 것이 순차 주사 (프로그레시브) 방식이고,


이렇게 순차적으로 한 칸씩 건너뛰어 표현한다면 이것이 바로 비월 주사 방식인 것이다.

때문에 이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면


이런 화면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볼록 브라운관 TV는 이 비월주사 방식의 TV이고, 요새 HD 방송이 시작된 이후, HD 영상은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TV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똑 같은 화면을 하나의 방식은 한 필드 (한 줄을 필드라 부른다.) 씩 빼서 보여주는 것 보다, 꽉 차게 보여주는 것이 화질이 더 선명할 것이다.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방식이 기존의 방식보다 화질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24P란 이런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촬영 화면을 초당 24장 돌려 우리 눈에 보여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엇이 문제일까?

비밀은 바로 각 영상물들의 특징 때문이다. 우리가 집에서 보고 있는 TV의 표준은 초당 30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주로 영화에서는 초당 24장을 이용하여 촬영한다. 1 초에 사용하는 정지영상의 수가 다르면 다를 수록 우리가 눈으로 볼 때의 느낌이 다르게 될 것이란 점은 당연한 점.

때문에 24P로 촬영한 영상을 아무런 처리 없이 일반 모니터나 TV에서 보게 되면 화면이 뚝 뚝 끊어지는 느낌이 나거나 잔상이 생기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니 만들어진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반감되어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

물론, 영상 텔레시네 과정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24P 원본에 필드를 추가해 30P나 60i (전자는 프로그레시브 방식의 30프레임, 후자는 넌인터레이스 방식의 30프레임) 일반 TV에서도 필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이질감이 없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대부분의 CF들이 하는 방법인데, 24P 촬영을 우선 한 후, TV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이것을 60i로 만들어 방송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대체로 보는 CF들의 느낌이 그냥 봐도 느낌이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모든 영상물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시청자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척 좋아보이는 먹기 좋은 떡인 HDTV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끔 좀 어색한 영상을 봐야만 했다.

그러다가 소니에서 네이티브 24P 출력을 지원하는 TV를 출시했다.

브라비아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대부분의 모델에 24P 지원 기능을 넣은 것. 아무래도 국내 가전 업체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니로서는 최대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해 내세울 점을 내세우기 위해 넣은 것이었으리라.



그래서일까, 왠지 이 TV가 괜찮은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사이트 '다나와' 의 제품 게시판에서 사람들과 리플로 의견을 이야기하다가 '소니 브라비아는 24프레임 영상 출력 기능을 지원하는 24P 지원 기능이 있더라 이거 괜찮을 듯.. ' 라는 식의 리플을 달았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몇달 후에 들어가 보니 한 네티즌이 24P가 뭔지나 알고 있냐며 24P가 어떻게 24프레임이냐며 공격하는 리플을 달아 놓은 것을 보고 말았다. 똑바로 알고 얘기하라는 투로 써놨더군....

아마도 그 사람은 24 프레임은 24f 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여튼 그 리플 덕분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던 나는 그 게시물에서 살짝 바보가 되어 있었던 것....

문득 이렇게 24P 촬영을 하고 24P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상하게 어딘가 씁쓸해지는 느낌이....

그래서 느낀 건.... 글을 써 놓으면 내 글의 리플은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짜 중요한 것이, 도로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위너 란다면,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리플에 리플 다는 사람들이 위너인 법이더라....

에고 브라비아 덕분에 순간 바보 됐던 것만 생각하면........



휴....


그런데, 더 궁금한 것은.... 대체 그 사람은 24P를 뭐라고 생각하느냔 거야.
왜 그것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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