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대문에서는 대문짝만하게 다음의 두 기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요새 비 메이저 신문들의 SK텔레콤, 삼성 연합 (이하 SS 연합) 의 기사 내보내기 전쟁이 치열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주 놀라운 수준의 영어 독해력을 보이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SK텔레콤과 아이폰 얘기를 좀 해 보도록 하지요.


SKAPPLE

<갖고 싶은 아이폰, 그러나 아이폰이 두려운 SK텔레콤>


KT에서 삼성의 유혹을 물리치고 아이폰을 들여오기로 파격적인 결정을 한 후부터 지금까지 약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통신 시장의 화두는 바로 KT가 SK텔레콤과의 싸움에서 이겼느냐 졌느냐 입니다.

물론 이 싸움의 결과는 보기좋게 KT가 이겼습니다. 기존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SK 텔레콤의 입지가 여전하지만, 적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 KT 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 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한창 때의 나비같은 꿈을 SK가 아직 버리지 못 한 걸까요? 아니면 아직 제대로 시장을 파악하지 못 한 것일까요? SK텔레콤과 언론들은 연일 SK텔레콤의 스마트폰 전쟁 선포와 아이폰 추격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늘 아주 재미있는 신문 기사가 나왔습니다.



머니투데이의 기사는 WSJ, 그러니까 월스트리트 저널 (정확하게 말하면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 판에 나왔습니다.)에 실린 기사를, 그리고 아이뉴스 24는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의 기사를 보고 각자 해석해서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다우존스나 기사를 송고한 기자가 다우존스 소속 ( Write to Jung-Ah Lee at jung-ah.lee@dowjones.com ) 이라는 점에서 이 두 기사는 모두 같은 기사인 것으로 추측 가능합니다.

때문에 머니투데이나, 아이뉴스 24나 모두 같은 기사를 보고 동시에 서로 다른 기자가 해석을 해서 내 놓았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SK Telecom Is in Talks to Offer iPhone, iPad in Korea -WSJ

<아이폰, 아이패드 도입 협상을 위해 한국의 SK텔레콤이 협상중>

<원문기사입니다>



WSJ는 최근 SK텔레콤의 정만원 최고경영자(CEO)가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아이폰, 아이패드의 공급방안을 논의중에 있다"며
<머니투데이>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는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SK텔레콤과 애플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만원 사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하기 위해 애플과 협상 중"이라고 인정했다.
<아이뉴스 24>

우선적으로 SK텔레콤이 현재 애플과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 도입을 위해 협상하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입니다.

"We are currently in talks with Apple to offer both the iPhone and the iPad, but there are some noises about problems with the latest i Phone, so we're worried," SK Telecom Chief Executive Man-won Jung said in a recent interview, referring to recent user dissatisfaction with i Phone reception in the U.S.

"우리는 현재 애플과 아이폰과 아이패드 모두를 도입하기 위해 협상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아이폰의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잡음이 있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CEO인 정만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아이폰과 관련한 불만족을 언급하면서 밝혔다.


확실히 SK텔레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도입을 위해 애플과 협상중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원문 기사에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와 같이 SK텔레콤은 떨고 있습니다. 그 좋다는 모토로이, 디자이어와 X10을 가져와 놓으면 아이폰을 이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갤럭시 S 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시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애써 갤럭시 S가 잘 팔린다고, 아이폰을 찍어 누르고 있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보지만, 왠지 SK텔레콤인 내가 아이폰을 갖고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의 승기를 잡지 못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중입니다.

우선, 번역된 우리나라의 머니투데이와 아이뉴스 24의 기사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WSJ는 SK텔레콤의 라이벌사인 KT가 지난 2009년11월부터 아이폰을 단독공급해 왔다고 소개했다. 정 CEO의 이 같은 발언을 근거로 애플이 다양한 공급선 확보를 위해 제품 제공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원문>
The talks with SK Telecom aren't the first sign that Apple is considering diversifying its carrier base.China Unicom (Hong Kong) Ltd. is the only authorized iPhone carrier in China, but China Mobile Ltd., the country's biggest mobile carrier, said in March that it was in talks with Apple to offer the iPhone there as well. The iPhone is available through multiple carriers in many markets outside the U.S.

SK텔레콤의 이번 협상은 애플이 자사 제품을 판매할 통신사를 다양화하기 위한 첫 번째 케이스는 아니다. 중국의 경우, 홍콩의 차이나 유니온이 중국 내에서 아이폰을 유통하는 공식 통신사이지만, 중국 최대의 통신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이 지난 3월 아이폰을 도입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아이폰은 미국 밖의 많은 국가에서 다수 통신 사업자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


(애플은 자신들의 아이폰을 판매하는 데 있어 항상 판매하는 해당 국가의 2위 사업자에게 자사 제품을 유통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두 개의 통신 회사가 아이폰을 유통하고 있는 등, 일부 국가에서 다수 통신사에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서부터 SK텔레콤이 떨고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WSJ는 ...... 애플이 다양한 공급선 확보를 위해 제품 제공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제 WSJ의 기사를 보면 그 어디에도 애플이 공급선 다양화를 위해 제공 의사를 "밝혔다고" 절대 never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이야기하면,

KT는 아이폰을 유통시키기 위해 보조금과 KT 지원 부분에 대하여 기존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관행을 깨고 상당 부분 KT가 양보하는 마치 굴욕과도 같은 파격 계약을 성사시킨 적이 있습니다. 물론 SK텔레콤도 "애플이 고압적으로 나온다" 면서 협상이 어려움을 시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랬던 전력이 있는 곳인데 설마 아이폰 4가 나왔다고 애플이 SK텔레콤에 굽신거리며 팔아달라고 나올까요?

적어도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모토로이도 안 되고... 디자이어도 안 되고... X10은 더 안 되고... 갤럭시는 아주 깨지고 있고... 아이폰이 진리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국내 언론들에서 이렇게 애플에서 제공 의사를 밝혔다 라고 약간의 뉘앙스를 바꿔 전달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해외에서는 적어도 이런 행위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WSJ에는 절대 애플이 공급하기 위해 제공 의사를 밝혔다고 되어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거든요.


아이뉴스 24는 더 황당합니다.

정 사장은 그러나 "다만 아이폰 4 (안테나 수신 결함) 문제로 소란스럽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석하기 묘한 멘트다.

일단 이미 공급 계약이 어느 정도 확실한 단계인데 아이폰 4 결함 문제가 터져 낭패를 겪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도 이런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이 신문은 "정 사장의 멘트는 애플이 자사 제품을 (독점이 아닌) 여러 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썼다.

<아이뉴스 24>

"애플이 자사 제품을 여러 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 라고 쓰고 있습니다.

같은 영어를 놓고 두 명의 기자가 해석하는 것이 아주 산넘어 산입니다.

차라리 머니투데이는 밝힌 것으로 보인다라고 조금 적당한 수준에서 SK의 비위를 맞춰 줬다면, 아이뉴스 24는 대놓고 애플이 SK텔레콤 밑에 있는 양 내려 깔아 주고 있군요.

적어도 KT가 나서기 전 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이폰을 사고 싶어 난리를 치던 그 때에도 애플은 대한민국에 먼저 "내 아이폰을 팔아주시오" 라고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이패드만 해도 그렇죠. 가장 가까운 일본에서도 판매되고 있고, 곧 3차 해외 판매 지역에 아마도 중국도 포함될 거란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이 나라들 사이에 이름을 올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뉴스 24의 기사는 한술 더 뜨고 있습니다.

일단 이미 공급 계약이 어느 정도 확실한 단계인데.... 라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Mr. Jung didn't say when the iPad might be available in South Korea. Jill Tan, a spokeswoman for Apple in Hong Kong, declined to comment.

정은 아이패드가 한국에서 언제쯤 시판될 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애플 홍콩 지사의 Jill Tan 대변인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A KT spokeswoman said the company wasn't aware of any talks between SK Telecom and Apple and couldn't comment on such a deal's possible impact on its business.

KT 대변인은 SK와 애플간의 협상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이 협상이 KT의 아이폰 유통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고 밝혔다.


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공급 계약 얘기 따위는 전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시 번역기를 돌려 보면 이렇게 나오는 건가요...?

게다가 더욱 더 한국인으로써 부끄러운 점은,

다우존스도 (SK텔레콤이 아이폰 4 를 도입했을 경우 안테나 결함 문제로 제품 판매에 낭패를 겪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추측되는 것처럼) 이런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라고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누차, 누차 얘기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이런 언급은 없습니다.

기사는 단지, SK텔레콤과의 인터뷰에서 SK가 아이폰, 아이패드를 들여오기 위해 협상중이다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SK텔레콤의 이번 분기 수익과 다음 분기 성장 예상, 수익 예상을 실었을 뿐입니다.

단순히 블룸버그나, CNN머니, MSNBC 등에서 기업의 최근 근황과 현재 기업의 상장정보를 싣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언론들은 외국으로 나가는 기사에는 아무런 특이 사항이 없는데 유독 이 기사를 가져와서 본인들의 생각을 마치 원문 기사를 실은 언론사가 말한 것처럼 써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외 언론이라고 하면 더 영향력이 있을 것 같으니까, 이들의 이름을 잠시 빌려 그들의 이름에 기대 독자를 속이려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이거... 문제있는 행동 아닙니까?

여튼, 이로써 삼성전자는 갤럭시 S를 내놓으면서도 벌벌 떨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확실해졌고, SK텔레콤마저도 엄청난 광고 물량을 쏟아내면서도 벌벌 떨고 있다는 것이 여실해졌습니다.

게다가 사실상 이 원문 기사 역시도, 한국인이 쓴 기사이기 때문에, 조금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SK Telecom Chief Executive Man-won Jung said in a recent interview, referring to recent user dissatisfaction with i Phone reception in the U.S.

이 부분으로써, referring to.. 부분입니다. 사실상 이곳을 아주 깔끔하게 해석하자면,

SK텔레콤 CEO인 정만원은 최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에서 최신 아이폰과 관련한 사용자 불만을 언급하면서, 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있습니다. 이전 문장이 SKT가 아이폰 아이패드 공급을 애플과 협의중이다. 그런데 아이폰과 관련한 결함 문제로 좀 조심스럽다. 로 문장에 이미 끝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시 한글로 쓰면.

SKT가 아이폰, 아이패드 공급을 애플과 협의중이다. 그런데 아이폰과 관련한 결함 문제로 좀 조심스럽다.
SK텔레콤 CEO인 정만원은 최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출시된 최신 아이폰과 관련한 사용자 불만을 언급하면서 말했다.


입니다.

때문에 조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기사 역시도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협상중이다 라고 밝힌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아이폰의 결함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 됩니다.

원래대로 썼다면,

"We are currently in talks with Apple to offer both the iPhone and the iPad, but there are some noises about problems with the latest i Phone, so we're worried,", said Jung Man-Won, CEO of SKtelecom, referring to recent user dissatisfaction with i Phone reception in the U.S.

가 되어야 도입 협상에 관해 초점을 맞추면서 이와 동시에 아이폰 4의 결함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지우침 없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겠죠.

따라서 지금 현재 SK텔레콤이 차후 출시될 아이폰 4 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현재 두려워 하는 상태에 있다는 점 만큼은 아주 확실해 지는 것이지요.

게다가, 다음의 추가적인 해석도 가능합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애써 골치아프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도입을 절대 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또 작년과 같이 협상 떡밥을 던지는 이유는, 이번에는 더 고맙게도, 미국 내에서 아이폰의 수신 결함 문제가 예상 외로 크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깔면서,

"우리 SK도 사용자의 넓은 선택권을 위해 아이폰을 도입하겠다. 그러나 당신네들 아이폰에 요새 결함이 좀 있어서 그건 좀 그렇지 않겠느냐..?"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이 찜찜한 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론들의 언론플레이에 대부분 넘어가 실제 미국에서 아이폰 4를 조건없이 전액 환불해 주는 걸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SK텔레콤으로 하여금,

"아이폰 도입을 위해 노력은 좀 해 봤는데.. 이거 결함때문에 아무래도 좀 그렇더라 완벽한 제품만을 팔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제낄게"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아이폰 도입 협상 떡밥이 SK텔레콤에 있어서 상당 부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지요.

뭐, 아이폰을 어느 통신사에서 팔던지 그건 상관없습니다. 어떤 환경이 되었건, 어느 통신사가 팔건,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제품을 사면 그만이니까 그냥 됐습니다.

하지만, KT가 7월 30일에 아이폰 4를 출시하겠다 라고 밝힌 이 시점에서 나온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 협상 기사는 그리고 아이뉴스 24 기자의 해석에서처럼 "해석하기 묘한" 번역을 해 놓은 우리나라 언론들의 이 기사는....

우리 그냥 어딘가 씁쓸하다.... 라고 하지요.

그냥 아이폰을 쓸 사람들은 조용히 잘 팔고 있는 KT에서 구입해서 쓰면 됩니다. 정 SK를 쓰고 싶으면 SK로 유심 기기변경을 하던가요.

그냥, 우리 소비자들은 여기저기 남들의 얘기에 휘둘리지만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거 참 어디가서 복장터져서 살겠습니까...

SK는 그저 2G 서비스나 꾸준히 변함없이 잘 유지해 주십시오. 그게 SK가 사는 길입니다. 참고로 저도 SK 2G 사용자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