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나름대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소식이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그다지 블룸버그를 볼만한 언론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애플이 LG와 샤프를 버리고 삼성의 패널을 사용한다고 기사를 올렸다고 하지요.

대체로 한국 언론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 (블룸버그가 말하길) 애플이 이번 뉴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기존에 패널을 공급받던 LG와 샤프의 품질 기준이 충족되지 못해 삼성의 패널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

이게 다입니다.

그냥 이게 다일 뿐인데, 이게 왜 그렇게 소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삼성 제품의 품질이 너무 좋아서 애플이 설설 기면서 삼성 제품을 좀 팔아달라고 호소라도 한 것 처럼 보이는 건가요?

아마도 그럴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LG는 우리나라 업체 아니던가요....?

문제는 더 있습니다. 해당 기사를 직접 읽어본 네티즌들에 의하면 (저는 귀찮아서 안 읽어봤습니다. 게다가 블룸버그에 눈을 돌릴 시간이 더 아깝다 보니...) 성능 기준에 충족하지 못 한 것은 단지 샤프이지, LG도 패널을 공급한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문제는 삼성의 레티나 액정 생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IPS 액정 생산 가능성 여부입니다.

사실, 액정 패널에서 IPS냐 PVA냐에 대해서는 거의 전 세계적으로 삼성과 LG 두 거대한 공룡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는데요. 마치 이건 현재 3D TV 방식에서 액티브 방식이냐 패시브 방식이냐를 놓고 삼성과 LG가 싸우고 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IPS 액정 이전까지, 플래트론 시리즈 까지의 LG 디스플레이 기술 (정확하게는 처리 엔진이겠지요) 은 삼성과 비교하면 기술적으로는 우수했었던 적이 있었을 지라도, 색감 그 자체만으로 놓고 본다면 작업용으로는 현저히 부족했었습니다.

때문에 작업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필립스, NEC, 에이조 등등을 고르다가 없으면 그나마 삼성을 사용하는 것이 당시 주된 흐름이었는데, 최근 LG전자가 IPS 방식 액정을 내놓으면서 그 흐름이 상당히 뒤집어졌지요. 저도 삼성만을 고집하던 자칭 준 프로(?) 였던지라 삼성, 그나마 돈 좀 들이면 소니 제품을 썼는데, 요새는 전부 IPS로 넘어왔습니다.

LCD 제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가 이렇게 서로 다른 표준을 가지고 각자 자신들이 더 좋은 방식이라며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찌 보면 삼성전자의 뉴 아이패드 패널 공급은 의아한 부분임은 맞습니다.

현재 LG전자는 IPS 액정을 기반으로 한 레티나 액정을 밀고 있는 중이고, 삼성전자는 해상도보다는 아몰레드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또, 서로간의 방식에 대한 견제와 대립도 상당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폰 4에서 LG전자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을 때, LG전자나 애플 진영 측은 삼성의 아몰레드가 가진 과장된 색감과 선명하지 못한 도트 피치를 공격했다면, 삼성전자는 해상도 싸움보다는 동영상 재생 시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아몰레드의 장점을 내세워 LG전자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공격했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레티나 액정을 생산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IPS 패널은 아닐 것으로 생각됨) LG에 납품한다면.. 아마도 삼성전자는 그나마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안티 삼성 세력들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만 미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네티즌들은 터치 판넬만을 삼성이 납품하는 거다 라는 식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 역시도 조금 의아한 것은 현재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터치 액정은 일체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이 생각이 바뀌어서 터치 판넬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면 이 역시도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마는...)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오늘입니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뉴 아이패드 액정 LG도 공급하는 거였대" 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삼성과 LG, 그리고 스마트 제품군으로 대표되는 (한국에서만) 삼성과 애플의 양립을 이야기하기 위해 LG와 삼성간의 관계,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주구장창 이야기해야 할 필요 자체가 없는 일입니다.

중요한건, 애플이 만든 아이패드에 삼성 액정이냐, LG 액정이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죠?

그냥 삼성 제품이 들어가도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제품이 들어가는 거고, LG 액정이 들어가도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제품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HTC가 제조한 디자이어나 넥서스원의 경우 삼성의 수퍼 아몰레드가 들어갔단 사실은 왜 언론들이 앞다퉈 이야기하지 않나요? 애플이 아니어서? 대만 제품이어서?

더 이상 글을 쓸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어차피 결론은 뻔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내가 어릴 적 바라보던 삼성, 그리고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자, 삼성 제품을 좋아하며 나름대로 삼성의 발전에 대한 꿈을 꿨던 사람으로서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그 배신감 덕분에 이제 저도 삼성 안티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