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화장실에 앉아서 공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애플 아이맥과 시네마 디스플레이에서 생기는 액정 얼룩 현상이 생각났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어느 새 저도 아이맥을 구입한지도 1년이 되어 가고 있더군요. 안 그래도 이제 곧 애플 케어가 사라질 때가 되어서 애플케어를 구입해둘까 하고 계속 고민중이라 문득 액정 얼룩 현상이 생각난 모양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제 경우, 노트북도 혼자 뜯어서 고치고 조립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아이맥의 수리 정도 쯤은 제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재채기 한 번 하고 휴지로 코를 푸는 정도죠. 그러나, 27인치 액정 패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엄청난 교체 비용 폭탄 가능성 때문에 애플케어 구입을 고려중입니다. 다른 아이맥 유저들도 액정때문에라도 애플케어 구입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물론 이 역시도 IPS 액정을 하나 가져다가 그냥 달면 되는 거지만서도.... 귀찮음을 한 18만원에 2년간 해결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괜찮은 딜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맥과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얼룩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동안 좀 잊혀졌지만, 작년에는 꽤나 크게 이슈가 되었고, 저 역시 즐겨 보던 웹툰의 작가분께서 본격적으로 대응을 시작하시면서 꽤나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불만제로에서도 다뤄졌을 정도이니까요.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 아이맥과 시네마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액정 얼룩 현상의 한 예입니다.

이들 제품에서 나타나는 액정 얼룩은 심한 분은 구입 후 3개월만에도 나타나셨다는 분들이 있고, 오히려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얼룩 현상을 호소하며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액정 얼룩 현상은 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제대로 알려진 원인은 없습니다. 단지, 현재의 유니바디 형태의 아이맥이 출시되면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 밖에는 정확한 것이 없고, 애플 측에서는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사용해서 그렇다. 흡연자하면서 사용하면 이럴 수 있다.' 라는 식의 댕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꽤나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윈도우즈입니다. 네, 맞습니다. 현재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분의 컴퓨터가 리눅스도, 맥도, 유닉스도, iOS도, 안드로이드도 아니라면 현재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분께선 윈도우에서 이 화면을 보고 계신 것입니다. 바로 그 윈도우입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윈도우 사용자들의 비율이 그렇게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윈도우의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은 상당합니다. 때문에 MS의 그늘에 가려진 사용자들을 맥으로 돌리기 위해 애플은 기존의 파워PC 기반에서 인텔 기반 시스템으로 모든 시스템 라인업을 교체하고 아주 강력한 무기를 던졌습니다.

"맥에서도 윈도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고 외치며 부트 캠프를 내놓았지요.

이건 꽤나 잘 먹힌 전략이 되어서, 기존에 애플의 명성에 큰 상처를 안겨 주었던 맥클론 등과는 달리 애플의 시장 공략에 상당한 힘을 실어 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 사이들 보면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애플 컴퓨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 중의 약 70% 이상은 윈도우를 설치해 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애플의 컴퓨터에서 윈도우를 설치하게 되면 꽤나 많은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단지 서로간의 표준 레이아웃이 다른 데서 오는 키보드 문제는 둘째치고, 멀티 터치는 특허 방식 때문이지 그것도 셋째 치고도 중요한 문제가 생겨버린다는 점이죠.

바로 전원 관리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윈도우 컴퓨터나, 애플 컴퓨터나 동일한 인텔 기반 시스템이므로 윈도우를 설치해도 전원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부분 같지만 사실입니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맥 OS에서 7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맥북에어 13인치의 경우에도 윈도우로 부팅해 놓으면 잘 써 봐야 한 3시간을 쓰게 되면 끝나게 됩니다.

또, 전원 관리가 안 되는 데서 오는 문제점 중 또 하나의 치명적인 점은, 발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계속하여 내부 쿨링 팬이 최대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전원 관리가 안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팬을 돌리는데도 전기가 필요한데, 배터리가 7시간까지 버텨 줄 일이 없겠죠. 맥북 에어에서 윈도우를 설치해 보시면, 아 에어에도 쿨링팬이 달려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실 겁니다.

때문에 윈도우를 설치해 사용하는 모든 맥 컴퓨터에서는 제품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도의 열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애플은 조금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맥 프로를 제외한 전 맥 컴퓨터 라인에서 열 배출을 위한 환기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윈도우 컴퓨터나 노트북의 경우, 열 배출을 위한 배출구 구멍이 크게 보이는 반면, 애플 노트북 제품에서는 아예 힌지 사이에 숨어버려서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맥 역시도 비슷해서, 위 사진에서 제일 상단에 보이는 가로 줄이 열 배출을 위한 환기구일 뿐, 그 어디에도 공기가 통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애플 사용자들이 발열과 윈도우 사용을 액정 얼룩 현상의 주범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발열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셈이 된 것이지요.

전통적으로 애플은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고수하고, 따라서 최대한으로 겉에 보이는 부분을 단순화시키려고 합니다. 이런 덕분에 아이맥에서 발생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데 조금은 충분치 못 한 배기구 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액정과 컴퓨터가 일체형인 아이맥 내부에서 열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발생하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맥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액정 위를 강화유리가 한 번 더 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어서, 액정과 강화유리 사이에 공간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이 사이에 열이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컴퓨터가 자주 뜨거워졌다 식었다 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컴퓨터가 식으며 잘 느껴지지 않는 이슬이 맺힐 수 있습니다. 이후 여기에 먼지가 흡착되면 액정에 얼룩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렇다면 이 현상이 누구의 잘못이냐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되겠지요.

무엇보다도 이러한 현상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못 한 제조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약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 제 경우는 이제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서도 액정 얼룩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 맥 컴퓨터에서는 절대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윈도우 안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맥에서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주된 작업은 영상 작업, 그리고 3D 렌더링을 하고, 그 외에 일상적인 일들, 또는 연구 업무를 진행합니다.

사실 윈도우를 돌린다 해도, 3D 렌더링보다는 시스템 부하를 덜 줄 텐데요. 웃긴건, 일주일 내내 3D 렌더링을 돌려도 아이맥은 소음 하나 안 난다는 점입니다. 물론 팬 회전수는 상승해 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을 느끼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액정 얼룩 문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액정 얼룩 현상이 나타나는 비율이 다른 국가 유저들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하네요.

그도 그렇겠다 싶은 것이 우리나라는 윈도우가 없이는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윈도우 의존 현상이 심합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 영역을 제외한 일반 맥 유저들은 대부분 윈도우를 동시에 사용해야 할 것이고, 결국 시스템의 발열 문제가 상대적으로 커져 버려서 얼룩 현상이 잘 나타난다고 보면 어느 정도 아귀가 들어맞겠지요.

흔히들 애플을 최적화의 신, 줄여서 신적화의 갑이라고들 합니다. 때문에, 발열과 소음 문제가 가장 이슈가 되는 노트북 제품군에서 가장 높은 기술을 지녔던 소니와 도시바를 간단하게 발라버릴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애플은 윈도우에서도 자사 제품의 전원 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물론 윈도우처럼 맥 OS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은 아니긴 해도, 자사 제품에는 무조건 맥 OS가 설치되도록 하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 윈도우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면, 제조사 입장에서도 썩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또, 단순히 윈도우를 떼어 놓고 맥 OS로만 놓고 보면, 아주 대표적으로 맥 OS는 저장장치로써는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지원하는데, '미디어 재생'을 위한 용도로는 블루레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분명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라도 (애플 TV와 아이튠스가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블루레이 시장을 어느정도는 고려를 해 줬어야 함이 맞을 것 같은데, 애플은 앞으로도 블루레이를 지원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블루레이 원본 파일들을 가져다가 별도의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돌리면 돌아가게 되고,
H264로 인코딩 된 60P 동영상을 재생해도 잘 돌아가는데, 문제는 이 때에도 발열이 엄청나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쿼드 코어에 16GB를 달고 있는 제 아이맥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다시 생각해 보면, 애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일부를 의도적으로 제한해 두었다 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시네마 디스플레이의 경우, 단순히 발열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의 논란 거리가 되겠습니다만)

이제 슬슬 결론으로 가져가 보고 싶은데, 애플 얼룩 문제를 보며 제가 하는 생각은, 단순히 애플 나쁜놈, 윈도우는 더 나쁜놈, 이런 식의 판단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제는 좀 IT 환경의 다변화, 그리고 생존력의 고도화를 위해 조금씩 윈도우즈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애플의 고객 대응 문제를 떠나서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액정 얼룩 현상을 바라봤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 얼룩 문제와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윈도우, 익스플로러 의존도 심화 현상을 같이 바라봤으면 했었던 것이지요.

아마 조금 세월이 더 지나면 제 아이맥도 어느 순간 액정 얼룩이 조금씩 생겨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쌩쌩하다는 점, 그리고 윈도 환경보다 쾌적하다는 점, 이런 점들 때문에도 앞으로도 계속 OSX를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윈도우를 같이 사용하게 되겠지요. (실상은 다른 시스템에서 사용 중입니다.)

그러나 유난히 높은 해킹 시도와 집단적인 바이러스 감염 등, 너무 윈도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맥에서 얼룩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그냥 혼자만의 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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