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니가 미국으로 가길

간절히 바랬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다양한 루트로 이 글을 읽게 되실 분들께 반말 표현이 불편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편하게 그냥 내 블로그에 낙서하듯 써 내려가고자 한다.


갑작스레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나라 과학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송유근. 그리고 그가 어린 나이에 최연소 대학 합격은 물론, 박사과정 진학이라는 무수한 타이틀을 만들어 내고 사라졌다.


그렇게 유근이는 늘 그랬듯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잊혀지는가?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열심을 다 하고 있는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그가 작년부터 다시 수면 위로 급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논문 표절"


아, 터질 것이 터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들썩하더니, 다시 또 잠시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런데 어제....





다시 유근이는 이렇게 또 다른 "논문 표절 의혹" 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아...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이냐.... 인석아...


사실, 이 블로그에는 좀 당시의 필력에 좀 스스로 생각할 때 바보같은 점이 있었지만, 유근이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이전 글,

 

2010/02/16 - [J 의 잡담] - 천재소년 송유근, 그를 가만 둘 수는 없나요?



이제는 박사로서, 그리고 당시에는 박사과정생으로서, 유근이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너무 심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왜곡되어 있었고,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또는 이미 황우석 사태로 인해 심각한 상처를 입었던 경험이 있는 한국 과학계이기 때문에 혹여라도 제 2의 황우석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그를 가만 두기를 바랬다. 그냥 그녀석이 하고 싶은 걸 지 맘대로 하길 바랄 뿐이었으니까.

또 그 당시 기준, 앞으로 다가올 그의 사춘기 시기를 우려하기도 했고....



그런데, 유근이에 대한 기대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오고 말았다. 표절이라니.....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게 그냥 미국을 가지...' 라고.


사실, 그가 국내에서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고, 대학원 역시 국내를 선택했다는 말에 아.. 하는 탄식을 뱉었던 나로선, 적잖이 분야는 다르지만, 엄청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생각했던 한 과학 영재가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 가 있길 바랐기에 안타까움과 실망은 점점 더 클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더 답답한건, 그 다음의 대응이다. 오늘의 언론 기사들을 좀 찾아보면, 심지어 이런 표현까지 등장한다.


"표절 문제,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나"


그게 아니란 말이다. 아예 유근이는 물론, 유근이가 속해 있는 과학계를 죽여 버리겠다는 건가. 아니면 싸잡아 잡배들이나 판치는 곳으로 만들겠단 말인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 말이다. 정말 유근이와 같은 제 2, 제 3의 과학 천재, 과학 영재가 나오도록 하려면 왜? 왜? 송유근이라는 그렇게 엄청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녀석이 '논문 표절' 이라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과 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단 말이다!


물론, 전 세계 과학계를 통틀어 우리나라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고, 특히 대한민국 과학계에서 이상하리만치 "미국" 을 신봉하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그 미국에서도 연구 부정, 표절 등의 사건 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러나 그렇다곤 해도, 현재 대한민국의 연구 개발 분야는 분명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 왜곡되어 있다 라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필름을 좀 더 뒤로 돌려, 한참 전의 사건으로 지나가보자.


모 대학의 물리학과에서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는데, 해당 논문의 실험을 꽤 많이 도맡아 했던 대학원생이 "내 이름이 논문에서 빠져 있다" 라며 한국의 과학계를 발칵 뒤집었던 사건이 있었다.


실제 해당 학생은 그 학생의 기여도를 생각했을 때, 논문의 저자 내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맞았고, 심지어 이 이후 논문의 저자인 세 명의 교수가 자신이 가장 높은 1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둥, 자신들이 논문의 모든 내용을 서포트 한 교신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둥 지저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단지 그 때만 국한해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문제점들을 단순히 "연구자의 연구 윤리" 또는 "연구 자질" 로만 국한해 개별 연구자들에게만 덮어 씌우면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일단, 이 문제가 왜 발생되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다음에 개별 연구자들로 문제 분석의 포커스를 움직여도 늦지 않다.


사실 대한민국은 모두가 인정하는 "실적 지상주의" 의 국가다. 여기에 "빨리 빨리" 문화가 곁들여져 "한강의 기적" 이라는 단어를 전 세계에 자랑스레 홍보하려 하고는 있지만, 그 빛 뒤에는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숨어 있다.


그중 하나가 "빨리빨리" 와 "실적 지상주의"


물론, 어떤 업무, 또는 어떤 사업 등을 수행함에 있어 투입된 자본만큼 소득을 올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10년 넘게 우주선을 명왕성까지 날려 보내고 있었던 것을 단 1,2년만에 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좀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지탱하는 힘" 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분야에서 어떠한 합리성이나 장기간의 안목에 기초한 장기 투자, 학문적 가치, 창의성의 평가는 늘 배제되기만 한다. 무조건 빠른 시간 내에 실적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엄청난 대규모 자본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연구 개발 사업 마저도 5년을 넘기질 못 한다. 연구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이런 한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 짜리 계획을 5년 짜리 계획처럼 만들어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연구자들이 그저 "실적" 에 목맬 수 밖에 없게 된다. 무조건 1년 안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논문이나 특허 등은 1건 이상 씩 무조건 만들어 내야 하고, 연구비는 무조건 특정 금액 이상을 계속 선정되어 지원받아야 한다.


심지어 더 난감한 것은 실적 평가를 위한 논문 평가에 저자들이 많을 경우, 나의 인사 고과 점수에서 불리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 개발은 "나 혼자 맨땅에 헤딩" 해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인데, 이러한 이유로 자꾸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기술도 안 되고, 리소스도 부족한데 "내가 다 해야 한다" 라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공동 연구는 줄어든다.

연구자 간의 말도 안 되는 경쟁과 의심, 그리고 감정 싸움이 늘어난다. 심지어 이유 없이 상대방을 비방하기도 한다.

결국 연구 결과는 자꾸 따로 놀기만 하고, 정작 필요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못 한다.

각 분야가 지속적으로 단절되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 하는 현상이 가속된다.

그리고 "나만 독차지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게 지금 실제 대한민국의 연구 개발 분야에서 만연해 있는 모습들이다. 이것이 현재란 말이다.


해결책은? 위의 나열된 점들이 해소되면 된다. "실적 지상주의" "속도 지상주의" 이 두 가지만 사라져도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할 수 있다.


논문 표절? 이 문제는 위의 연구 환경에 대한 근본적 해결과 대책이 선행되면, 그 이후에 개별 연구자에게 연구자의 자질 및 연구 윤리를 물어도 된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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