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부산-김해간 경전철 사업에 대해, 잘못된 과다한 수요 예측으로 지방 자치단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니, 이에 대한 보전을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공개했다.

부산-김해간 경전철.. 글자가 너무 기니까, 그냥 부김 경전철이라고 해보자.

부김 경전철은 오늘자로 공개된 언론들의 내용을 보면, 92년도에 사업 계획이 정부의 주도 하에 시작되었고,
당시에 한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민간 자본의 참여를 골자로 해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한다.

자, 우선 중요 단어 잊지 말자. 이게 바로 민영화 된 철도다.

최근 귀찮다 보니, 철도 민영화에 대해 코레일 측을 옹호해 주는 입장의 포스팅을 (개인이 올려봐야 뭔 득이 되겠나 싶지만) 좀 올려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이전에 코레일의.. 정확하게는 시설공단의 과도한 비용 소모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그 때는 이만큼 시설공단과 철도청이 문제가 될 때는 아니었으니;;)

그러나 뭐랄까... 정말 한국인들은 냄비 근성이라는 말이.. 직접 들으면서 자존심에 광분하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서 흥분해 놓고 금방 까먹어버리는게.. 정말 맞달까.. 뭐 굳이 한국인만 그런거겠느냐만은..

일년에도 수십번씩 민자 참여로 인한 공공 시설물들의 손해 또는 정부의 손해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파를 타고 있는데, 철도 요금이 낮아진다니까 왜들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왜들 그리 반기는 것 같은지..

아예 인천공항 민영화도 항공료가 낮아진다고 했더라면 지금처럼 거센 반발은 없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오늘은 간단하게 부김 경전철만 가지고 얘기를 해 보고 접자.




이런 포스팅에는 역시 사진 하나정도는 있어 줘야지.

위의 녀석이 바로 부산 김해 경전철이다.
나도 얼마 전 처음 타 봤는데, 뭐 그럭저럭 잘 만들긴 했더라만은, 거의 텅 비어서 가는 수준에 '만년 적자를 못 벗어나겠구만'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김해시에서 못 버티겠으니 정부에 '늬들이 먼저 시작하자고 꼬드겼잖아, 그러니까 늬들이 책임져' 라고 으름짱을 놓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아주 대표적으로, 철도의 예에서만 대어 본다면, 인천공항 철도가 그 대표주자다.

인천공항 철도는 21세기 들어 철도에서는 민간 업자가 영업을 시작하는 것으로는 최초였던 (코레일 이전에 강원도쪽 노선 일부는 민자에 의해 운영된 역사가 있다. 이후, 국가에서 이를 인수한다.) 민자 철도, 쉽게 민영화 된 철도다.
(민영=民營, 민간이 운영한다는 뜻이다. 곧, 국가 경영이 아닌, 민간 업체가 운영한단 소리다.)

숫자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인천공항 철도가 개통 직후에 하루에 몇만이 이용할거라고 수요 예측을 했다던가..
그게 서울역까지 연장이 되면 최소 십만대의 이용객이 공항철도를 이용할 거라고 수요 예측을 했었다지.

그러나, 개통 이전부터 수요 예측이 과다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정부의 운영 손실에 대한 보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가 나서서 이놈을 인수한 뒤, 코레일에 넘겨버렸다.
그래서 현재 인천공항철도는 코레일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더 재미있는 점은, 인천공항철도에 소속된 직원들은 현재 코레일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준 공무원 지위조차 못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용객은... 아직도 적자다. 그나마도 지금의 운영 수준을 달성한게 코레일의 운영 노하우 및 미친 듯한 비용감축과 홍보 덕분이라고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민간이 철도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라고 이야기해도 어불 성설이 아닐 일일 거다.

그렇다면, 철도 사업의 민간 참여는 절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각각의 사례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경우 민영화 된 철도가 신나게 잘 달리고 있고 (서비스의 질이 문제지만..)

민영화를 했다가 완전히 죽을 쒀서 민영화 폐해의 기본 교과서라 불리는 영국이 있는가 하면,
유럽 일부 국가는 민영화를 했다가 완전히 피를 보고 국가가 도로 인수하여 불티나게 흑자 운영을 하며 굴리고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흔히 대한민국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민영화의 모범 사례로 꼽는 일본의 경우, 100% 민간이 운영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일부 JR 분사는 아직도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곳도 있다. (JR 니시니혼, JR 홋카이도가 정부와 지방 자체단체 지분 소유이고, JR 히가시니혼만 유일하게 흑자다. 이유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러나 전반적으로 일본의 민간 철도 운영은 그런대로 성공적이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논란은 있다. 대표적인게 도로 체계가 개판이라 철도 위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거기다 물가가 비싼 나라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그러나 전반적으로 현재의 상태에서 민간의 철도 사업 진입은 무리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유라면 시장 진입 시 엄청난 수준의 시설 투자가 동반되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 소멸이 사업 그 자체에 있어 엄청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운영을 하기 위한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시설은 걷었다 떼었다 할 수 없어, 영구적으로 존재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시설비와 땅값 문제가 뒤따른다. 그리고 유지도 해야 한다.

보통 지하철 하나만 건설해도 몇백억 이상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9호선을 예를 들면, 한 사람의 기본료가 1000원이다. 한달에 십만명이 탄다고 해도, 100,000,000.. 1억원이다. 일단 초기 투자비라도 뽑으려면 최하 100개월을 운영해야 한다는 얘긴데, 순수히 시설 유지 및 비용 소모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채 계산해서 100개월이란 말이다.

이렇게 되면, 시작 초기부터 엄청난 자본을 지닌 자본 공룡이 뛰어들지 않는 이상, 게임은 무의미해진다. 대출도 어느 한도가 있는 셈일 테니까.

그래서 특히 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도로, 철도, 전기, 가스 등의 재화는 민간이 웬만해선 뛰어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이건희 회장이라도 절대 손도 안 댈 거다.

그래서 이들 산업들은 공공성을 지닌 공공재 라는 대명사가 붙어 중,고,대학에서 경제 이론을 강의할 때 항상 사용되는 경제학의 대표 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공공재를 국가가 운영할 때의 폐해는 나중에 얘기하자, 너무 길어진다. 게다가 지금이 경제학 원론 시간도 아니고..;) 국가 입장에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단순히 채권만으로 조달하기는 어려우니, 웬만하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는 거다.

그럼, 민간 업자들은 수익이 생겨야만 이 엄청난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래서 국가는 민간 참여자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손실 보전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신촌과 강남을 연결하는 경전철을 만드는 데, 하루에 한 만명이 이용할 것 같은 황금 노선일 것 같아서, 민간 자본을 꼬셔서 만들었는데, 이게 어쩌다 보니 9천명밖에 안 타게 되길래, 민간 자본에게 1천명분의 손실을 지원해 준다 이거다. 그렇다고 해서 평생 운영은 아니고, 9호선의 경우에 30년 운영권을 준 것이었던가. 여튼 그래서 일정 정도의 수익을 얻게 해 주고, 나중에 뺏어오겠다 이건 거다.

취지는 좋은데, 중간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수요 예측을 누가 할 것이냐의 문제가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요 예측은 전적으로 참여 업자가 담당한다. 민간 업체가 이정도의 수요가 날 것 같은데, 여기에 시설 좀 하지? 라고 정부에 러브콜을 날리면, 정부는 이것을 검증한 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사업을 시작하는 거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수요가 이만큼 날 거라고 그냥 국민의 머리에서는 계산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어디가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혹여 말하고 싶어도 참지만) 이러다 보니, 사업체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 손실이 생기는 거고 (이래서 잔머리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지도) 정부는 이 손실을 보전해 주는 상황이 되는데,

기껏 몇천만원에서 일이억 정도 한다면 말을 않겠는데, 보통 십억단위 이상이 나온다는 게 이제 남들 생각할 때 문제가 되는 거다. (한 해에 민간자본의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정부가 보조하는 금액이 몇백억이라던가... 조 단위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여튼)

이렇게 일이 진행되다 보니, 부김 경전철도 드디어 '더 이상은 나 돈 없어 오링' 하고 백기를 드는 상황에 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용인 경전철은 이놈의 돈 문제로 운영이 시작되지도 못 하고 있고, 법이 그러하니, 용인시는 이걸 아예 업체로부터 매수하던지, 보조해 줘야 하던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던 간에 용인시는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보니 운영 시작조차도 못 하고 있다.

분명, 경전철이란 놈은 특히 부김 경전철의 경우에는 부산 김해 지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지역들을 야금야금 연결한다는 점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말 가뭄의 단비같은 노선이긴 하다. 그동안 부산 시내에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김해공항도 전철 몇 번이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도 좀 생각은 해 봐야 한다. 민간 자본이 철도 운영에 참여하면 철도 요금이 인하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생각할 여지를 남겨 놓는다.

부김 경전철의 현재 기본료는 1400원, 부산 지하철의 기본료는 내 기억에 1100원인가 1200원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수도권 광역전철의 기본료는 900원.

그리고 서울메트로 9호선과 인천공항철도는 사업 초기 환승할인 적용이 불가능했고, 비용 손실을 이유로 환승할인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 시민들의 거대한 반발에 의해 현재의 요금 체계를 지니게 되었지만, 9호선이 개통 직전 주장한 기본료는 1천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현재 수도권 철도의 경우, 승객 1인당 운영 원가는 2~3년전 기억으로 1300원이다. (뉴스에 보도된 내용에 의해)

참고로 현재,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부산지하철 1호선이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그리고 수도권의 경우, 1호선 경인, 경부 구간과 2호선만 흑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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