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하는 게 의욕이 나지 않아, 연속 두개째 올려본다.
이번엔 광역 전철 얘기를 해 보자.

광역 전철의 개념을 조금 얘기해 보면,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노선 중, 아주 쉽게 엄청 멀리 가는 노선을 말한다.

기존엔 1호선 경인 구간은 광역전철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었는데, 요새 경부라인으로는 경기도를 넘어 충청남도인 신창까지 전철이 내려가고, 위로는 곧 포천을 뚫을 기세다. 양 옆으로는 문산이야 뭐 말할 건 없지만, '철도'가 아닌 '전철' 로 치면 완전 불모지나 다름없어 보이는 강원도까지 그것도 2개의 노선이 뻗어 있다. 물론, 현재 중앙선은 엄밀하게 말하면 강원도까지 나간 건 아니지만, 곧 완성이 되게 된다.

이러한 광역 전철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과의 연결이 부족하여 접근이 어려웠던 주변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고, 또 일부 관광 명소를 아주 손쉽게 연결한다는 장점이 있어서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노선이 만든만큼 제 역할을 하느냐, 다시 말해서 제대로 돈을 뽑아내고 있느냐 이다.

물론, 노파심에 미리 얘기하면 결론에서도 밝히겠지만, 이 글은 요금 인상에 찬성하는 글이 아니다. 제목만 봐도 다들 알 것으로 생각한다.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나름대로 정보 라인이 있다는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표 광역 철도 대부분이 다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 경의선과 경원라인, 중앙선, 경춘선의 경우에야 당연히 이해가 가지만 (실제 타 보지 않아도 어느정도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 다들 조금씩만 생각해 보시면 된다.) 경부선의 경우에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경부선도 대충 계산해 보면 적자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들 노선의 적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할 일이다.




위의 사진을 보자.

위의 사진 역시, 내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있으나, 사진이 집에 있는 관계로,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

위의 역은, 일본 도쿄의 치도리쵸 라는 곳의, 도큐 이케가미선 치도리쵸 역이다.

단순히 봐도, 저게 전철 역인가 싶으시겠지만, 나름 전철역이고, 이 노선은 일부 역은 지하로도 되어 있다.
그리고 운행 량수는 1편성에 6량이다.

지도에서 조금 뒤져서 이 역의 옆면 모습을 보면 더 대박이다 싶으실 텐데, 심지어 이 역의 벽면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조립식 칸막이와 비슷한 재질로 되어 있다.

게다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무임승차 따위 그냥 앉아서 가능하겠구나 싶으실 거다.

또 이 역은, 플랫폼간 이동이 되지 않고, 사진상의 오른쪽 역은 역무원이 있는 데 반해, 사진상의 왼쪽은 역무원조차 없다. 무인 발매기만 있을 뿐이다.



반대로 위의 사진을 보자.

사진상에 역 이름이 나와 있으니 어디인지 아실 거다.

한눈에 봐도 위의 역과 비교가 되잖은가?

실제 지도에서 로드뷰를 놓고 이 역을 중심으로 한 바퀴 빙 둘러 보시라. 과연 이런 지역에 이 정도 규모의 역사가 필요한 것일까 라는 내 의문에 동의하게 되실 것이다.

그렇다. 실제 광역 철도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고, 이용객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에 비해 영업 이익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바로 저것. 역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무엇이든지 '개발'='돈' 과 연결시키려는 성향이 매우 강한데, 철도. 특히 최근들어서는 통근 전철화가 바로 이 '개발'의 한 중심 축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개발 지구 또는 개발이 예상되어 큰 이익이 기대되는 곳에 으레 광역 철도 계획이 잡혀 있고, 또 이 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 철도의 현실인 것이다.

물론, 간단하게야 당연히 부동산이야 이런 접근성이 좋은 곳 위주로 들썩이게 되니, 이 경우, 노선을 굴리는 쪽도 좋고, 땅 주인도 좋고, 땅 사는 사람도 좋고, 사는 사람들도 좋고, 세금을 받는 입장에서도 좋고, 수치상의 경제 규모에도 도움이 되니 어느 하나 좋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배아픈 사람 빼고)

그러나 생각해보자. 경부선의 신창구간 연결이 완료가 된 지 벌써 몇 년이 흐르고, 다시 계산해 보면 천안까지의 연장이 벌써 거짓 10년 남짓 되어 가는 이 시점에, 과연 저 진위역 주변은 으리으리한 고층 아파트들과 수많은 상가들로 북적이고 있는가를 말이다.

다시 첫 번째, 일본 사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어쩌다 이놈의 나라에는 이런 역이 생기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수요 뿐만이 아니라, 비용까지 같이 고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하자면, 저 주변 조금 토지를 매입하고, 길을 좀 바꾸고 하면 될 일이다. 그 다음에 으리으리한 역을 지어 버리는 거다. 그럼 일본도 저렇게 못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도 나름대로 수요가 꽤 있는 역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화려하고 크다. 아예 그 안에서 길을 잃을 만큼..

그럼 이쯤 오면, 우리나라의 광역철도 노선이 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일까, 조금씩 이해가 가실 거다.

잘들 생각해 보시라. 최근 지어진 광역철도 노선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면, 일단 기본 2~3층 규모로 건물을 짓는다. 여기에 일부는 설상 가상으로 주차장까지 올린다.

그럼, 전철이 2층 내지는 3층 위에서 운행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전철은 정확히 1층. 똑 같은 지상의 높이에서 운행된다.

플랫폼은 1층, 역사는 2층 또는 3층. 그렇다면 단순히 계단으로만 움직이는가?

경인선 초기의 민자 역사들은 오히려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 없이 무조건 계단으로만 3층 가량을 오르내려야 해서 불만과 불편이 잇따랏다면, 오히려 최근 지어지는 광역철도의 역사들은 너무나 화려하다.

무조건 역사 진입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역사에서 플랫폼까지 전부 에스컬레이터가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 양쪽 모두 엘레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늘어난 건물 전체의 면적만큼, 다양한 비용의 문제도 따른다. 심지어는 조명까지.

경의선 고양시의 경우, 일부 역들은 현재 존폐 위기에 있는 경전철과 잇겠다며 조금은 답답한 지경으로까지 만들어 놓은 역도 있을 정도이니 이정도면 번 돈을 얼마나 쓸데없는 곳에 갖다 버리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의선의 경우 일부 구간은 반 지하화가 되어 있어서 필요하다고 쳐도, 이들 역을 제외하고 현재와 같은 규모는 필요가 없다.)

최근 중앙선의 경우, 평시간대 공기 수송 문제 때문에, 배차 간격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 기존 8량 1편성 운행을 하던 것을 6량 1편성으로 과감히 칼질을 했다고 한다. 덕분에 배차간격이 줄어 괜찮아졌다는 평들도 있지만, 대체로는 미쳐 죽겠다 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퇴근 시간대에는 6량으로는 택도 없는 수의 승객이 몰리는데 열차는 더 이상 늘어나지도 않고, 설상 가상으로 그놈의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겠다며 양 끝 좌석 하나씩을 들어내고 자전거 고정대를 세우는 바람에, 앉지 못하는건 둘째치고라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승객 +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승객까지 한데 믹스가 되어 난리도 아닌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선은 8량으로 복귀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확한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쓸 데 없는 부분에서 고정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키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 철도공사는 배차간격과 운행 량수를 건드리게 되는데,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비용을 줄일 곳이 없는데 그나마 건들 수 있는 것이 이것 뿐이니 말이다.

(이미 운행 시작 초기에 매일같이 돌리던 에스컬레이터들도 주요 시간대에만 돌리는 것도 한계에 이르른 정도다. 그렇다고 이걸 건들 수도 없고. 또 엘레베이터마저도 건들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이미 지어 진 거, 그렇다고 허물 수도 없는 노릇인 법. 철도공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역사 내에 매점도 유치하고, 다양한 구상을 한 것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이들 광역철도 노선 내의 매점들은 거의 개점 휴업 상태다. 아예 최근에는 별도로 매점을 유치하는 형식이 아니라, 아예 역무원이 직접 계산을 해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그나마도 거기서 뭔가를 사는 사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카드는? 요금 인상 뿐이다.
아 물론, 나는 대한민국의 철도 요금이 세계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철도 수송 원가 역시도 잘 알고 있으며, 한 100원 정도의 인상은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고도 본다.
(물론 정부에서 일부 보조해 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본다면, 굳이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절약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을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결국에는 머리 굴리는 분들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 방향인건데.

뭐 일개 블로그에서 열심히 떠들어봐야 뭐 되는 게 있겠나..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급히 마무리하고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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