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철도 시스템은 하나하나 민감하게 따져 보지 않으면 철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철도 시스템과 비슷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

실제 그 시초부터 일본의 시스템을 상당부분 많이 도입했기에, 다른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와 일본간의 지하철 시스템은 많이 닮아 있고, 실제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큰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다.

철도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일본의 철도 시스템은 여러 부분에서 참 매력적이다. 훗카이도에서부터 큐수까지 일본 전역이 철도로 얼기설기 얽혀있고, 그 역사 또한 오래되었기에, 철도와 함께 이어지는 그 모든 시스템과 역사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어 하나의 특징이 될 만큼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도입되는 철도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일정 시차를 두고 도입이 되기에 철도 매니아들에게 있어서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체험해 보는 것은 꽤 재미난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철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철도 하면 철도의 강국이라 불리우는 일본, 그러나 이런 일본에도 약점이 존재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환승"시에 갈아탈 노선의 표를 "다시 구입" 해야 하고, 또 개찰기에 구입한 표를 "연속해서"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아는 사람들은 잘 알듯 우리나라처럼 국가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민영 업체에서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서로간에 요금 체계가 표준화되어있지 않아 요금 징수 체계가 다르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단순히 지하철을 갈아타더라도 환승 통로에서 환승 표를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민영 철도 (사철 이라 부른다.) 시스템은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서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인천 공항 철도' 가 그 시초이다. 우리나라 최초 민자 건설, 민간 운영 형태의 '사철' 이 등장한 것이다.


<인천공항철도 AREX, 출처 : 공항철도 주식회사 홈페이지>


일본의 사철 시스템들이 요금 문제를 일으켰듯, 우리나라에서도 이 인천공항철도는 문제를 일으켰다. 한 장의 표 구입으로 환승이 불가능했을뿐만아니라, 바로 '교통카드' 사용마저도 불가능했던 것.

아마도 처음엔 공항철도 운영 관계자들은 그런 정도의 반발을 겪게 되리라 생각하지는 못 했던 것 같다. 그저, 다른 나라 지하철을 타 보면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요금이 다르고, 표를 다시 사고, 교통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더라도 타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어느정도 이용객들이 국가에서 운영하지 않는 철도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표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나름대로 인정하게 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교통카드 사용이 안 되는 점은 여전히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결국 공항철도는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한 개찰기를 도입하고,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정도로 지금 우리에게 교통카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녀석이 되었고, 이 교통카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자랑스러운 최고의 발명품 아닌 발명품이다.


<다양한 형태의 교통카드>

교통카드란 녀석은 대한민국 대중교통사에 있어서, 아니 전 세계 대중교통사에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도, 많은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들을 감동먹게 만든 바로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모든 철도를 관리하기에 지하철 환승시에도 처음 구입한 한 장의 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그 자체로도 일본인들의 부러움을 샀는데, 그 후 도입된 교통카드는 일본인들을 완벽하게 감동의 도가니로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실제, 내가 알고 있는 몇몇 일본인들은 이 교통카드를 어떻게 하면 구입할 수 있나를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사랑받기 시작한 교통카드 녀석은 이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선불 교통카드에서, 후불형 교통카드로, 신용카드에 포함되고, 휴대폰에 포함이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마만큼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리고 가장 사랑받는 녀석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통카드의 폭발적인 보급이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께 잘못된 영향을 끼쳐 드린 것만 같다.

이유인즉슨, 오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지하철 9호선의 개통을 시작으로 기존의 종이 승차권이 사라지고, '재사용 가능한' 교통카드 형식의 RF 카드표가 도입된다는 것이었다.

말은 좋은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표를 사기 위해 원래 표 값에 '보증금 500원' 을 포함해서 더 내야 한다고......

도대체 원래 표 값에 보증금을 받겠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참 신선하기만 했다.
차라리, 종이 승차권 가격에 백원을 더 받아 버리지...? 이미 지금도 카드 승차시와 100원의 요금 차이가 나고 있는 판국에 어쩌다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된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교통카드를 잃어버렸거나, 또는 자의적으로 일부러 교통카드를 아직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경우 지하철을 탄다 치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기본요금 1000원 + 보증금 500원인 1500원을 내고 표를 구입해야 한다.

정상적으로는 지하철을 한 번 이용하고 이 표가 회수되어야겠지만, 교통카드 방식의 카드이기에 이 카드는 회수되지 않고 내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에 지하철을 또 이용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나는 이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단순히 딱 한 번만을 이용할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아주 급한 상황에서도 일단 표를 환불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500원을 위해...

아니면, 단순히 '조금 있다가 환불받지 뭐' 라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가, 영원히 조금 있다가 환불받으려 하게 된다거나, 또는 카드표를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남들이 멀쩡하게 900원을 내고 지하철을 탈 때, 나는 자의적으로 또는 교통카드를 잃어버렸기에, 교통카드 잔액이 없었기에 1500원짜리 지하철을 탄 셈이 되게 된다.

대체 이게 어느 나라의 시스템이란 말인가....

대개 대중교통수단은 해당 국가의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중요한 수단이 되고, 또 이것의 편리함은 해당 국가를 다시 찾느냐 아니냐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한국어의 한 자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며칠 관광을 위해 지하철 표를 구입하는데 보증금을 냈고, 이마저도 설명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이들은 이 표를 그대로 '수집품' 처럼 쌓아놓고 있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 그네들의 기억에 대한민국 지하철 기본요금은 1500원이 되어 있을 것이고...

자원 절약, 그리고 관리 비용의 절약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승차권의 재활용은 무척 좋은 발상이다. 또 종이 사용량을 줄일 수도 있기에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발상, 좋은 방법도 결국 우리네 생활 속에서 편리해야, 불편을 주지 않아야 정말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일본의 교통카드 수이카>

우리나라에 교통카드가 선보인 이후, 한국의 요금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환승시 한 장의 표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던 일본은, 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같은 RF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합리적인 것만을 찾는 그들의 눈에도 교통카드 한 장으로 한 번에 요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은 분명 매력적인 것이었다는 증거다.

또한 나 역시도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에, 일본 여행시에 이 수이카 카드를 구입했을 정도이니까.

그러나 이런 '머리가 좋다는' 일본인들도 재사용 가능한 일반 승차권을 도입하지도, 그리고 '보증금'을 받지도 않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나라처럼 일반 종이 승차권을 이용하고 있다.


<홍콩의 일반 지하철 표, 옥토퍼스 카드-우리의 교통카드와 같다-나 지하철 표나 같다>

관광 하면 떠오르는 도시 중 빼놓을 수 없는 홍콩 역시도 그렇다. 홍콩 메트로의 승차권은 우리나라의 전화카드 같은 카드 형식의 표이고, 재활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보증금' 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있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지하철을 이용하고 난 뒤 표의 보증금을 '환불' 받아야 할 필요도 없다.

승차권 보증금 제도, 생각으로는 정말 좋은 제도이리라 어느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분명히 불편한 제도이자, 그다지 필요가 없게 느껴지는 제도이다.

구입시 500원의 추가 요금 (아무리 보증금이라도 돈 내는 입장에서는 추가 요금이다.) 을 내야 한다면, 그리고 일일이 환불을 받아야 한다면...

어느 관광객이 우리나라 지하철을 타려고 할까..? 평생 살 것도 아니고, 그 며칠의 이용을 위해서 말이다.

그냥 차라리 홍콩의 시스템을 도입하던지... 아니면 그냥 종이 승차권으로 가던지, 아니면 일회용 카드 표를 내릴 때 개찰기에서 회수를 해 버리자. 그러면 될 것이 아닌가?

굳이 보증금 500원을 받아야겠나?

만약 하루에 천명이 일반 승차권을 구입하고, 그 중 100명만 이용 후 즉시 보증금 환불을 받는다 치면 500*1000-500*100=450000원.

실제 이용하는 이용객은 이보다 더 많을 테니, 여기에서 100을 곱한다 쳐도 4천 5백만원.

이 모인 보증금을 현찰로 보관할 리는 없을테고....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문득 얼마전 불만제로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의 운영 실태를 다루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런 표현이 있다.


"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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