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있었다.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으려나?

당시,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막 취임했을 때 쯤, 3호선 완+급 운행제를 실시하겠다는 떡밥을 날린 적이 있다.
일산에서 서울에 접근하는데 무려 1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약 30분 정도로 줄여서 일산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을 좋게 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당연히 난리가 났었다. 특히 철도 매니아들 (이하 철덕) 은 난리가 났다. 과연 3호선 일산선에서 종로까지 다이아(배차 시간표)를 어떻게 배치해야 효율적인 완+급 운행이 가능할까를 서로 고민하고, 결국 아주 이상적인 다이아까지 제시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대화 -> 종로 3가가 55분이다. 완급제는 무슨....

지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체제에 있다. 박원순 시장도 역시 취임 초기 꽤나 많은 떡밥들을 투척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과밀 수준을 넘어 철덕들에게는 지옥철 이상의 헬게이트 수준으로 불리우는 지하철 2호선의 "복층" 건설 구상이었다.




                                                (2층 전철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형태의 "2층" 노선)


지금은 뭐 그저 잠깐 나오고 만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점을 계기로 그다지 서울시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게 되었달까....

일단, 현재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자. 서울 지하철 2호선은 너무 기니까. 그냥 2호선이라고 하자.

2호선의 경우, 아주 빈번하게 일본 도쿄의 대표적 순환선인 야마노테선과 비교가 되는 노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노선은 서로 동일한 순환선이고, 또, 각 국의 수도 내 중심 지역을 한바퀴 연결한다는 것도 비슷하며, 설상 가상으로 노선의 색상마저 동일하다. (2호선 - 초록색, 야마노테 - 조금은 밝은 연두색)



                                (일본 야마노테선, 나도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귀찮아서 다른데서 캡처했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정말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미친듯이 붐비는 노선 중 하나이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는 도시철도 노선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만들어 내는 노선 중 대표 주자라고들 입에 오르내리는 노선이니까.

(잠깐 철덕들을 위한 서비스를 하자면.. 이제 2호선도 VVVF가 들어왔으니. 이것도 동일..? 음?)

여튼, 대한민국 사람, 그 중에서도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들어봄직한 신도림 환승 헬게이트, 사당역 환승 헬게이트 등, 이렇게 유명한 2호선의 승객 폭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 뿐이 아니다. 적잖은 사고들에, 또 늘어난 승객들 사이로 생기는 치한들까지, 그리고, 너무나 많은 승객들 때문에 열차 정차 시간이 지연되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속 열차들의 지연...

2호선과 4호선의 경우, 출퇴근시간에는 거의 정말 1분 배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열차가 투입되고 있지만, 승객 과밀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도 않고,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열차 출발이 지연되다 보니 연쇄적으로 도미노 효과가 생기는 것도 전혀 해결이 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제발 2호선을 어떻게 손을 대 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건 국민이나 정부나, 시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던 중에 나온 생각이 2호선의 복층화 떡밥.

그러니까, 쉽게 지금 2호선 밑에 동일한 라인을 하나 더 깔되, 정차역을 줄여서 급행 서비스를 해 보자는 거다.

말이야 좋다. 동일한 노선을 하나 더 파서, 기존 2호선 역에 한 3개정도 건너 뛰는 급행 서비스를 한다 치면, 일단 무엇보다도 승객이 분산되게 되고, 그리고 엄청난 서울 접근성이 생긴다. 당장 신촌에서 잠실까지 한 30분 걸린다 치면, 이게 15분으로 줄어든다 생각해 보자. 버스 회사들은 그날로 전부 문 닫을 거다.

그러나, 이게 말도 안 되는 구상임은 둘째 치고, 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바로 돈이다.

당장은,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만드는 것에 비해 동일한 터널 밑을 뚫는 거니까, 토지 보상 비용도 거의 안 들 거고, 아니면 아예 대심도에 가깝게 굴착을 해 버리면 토지 보상 비용은 0 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단순한 산수로 생각해 보면, 터널 굴착 비용만 들어가면 되니까 괜찮네? OK? 스러울 거다.

(실제 지하철 공사시에는 저심도라고 하여 현재 볼 수 있는 수준의 지하철은 전부 토지 보상을 한다. 그러나 GTX처럼 지하 50미터~ 60미터~ 이정도의 대심도에서는 토지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건설하는 입장에서는 돈이 좀 덜 드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2호선은 주구장창 지하로만 내달리는 노선이 아니다.

2호선은 한양대~강변 구간과 대림~신대방까지는 지상으로 달리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복층으로 터널을 뚫는 건 좋은데, 현실적으로 여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대림~신대방은 일단 패스한다 쳐도 (완+급 다이아를 만들어 보면 이 구간은 사실 패스해도 큰 문제가 안된다. 신도림을 급행역으로 만들고 이 쪽에서는 완행을 타고 신도림으로 들어오면 되니까.) 한양대~강변 구간은 좀 문제가 된다.

일단 한양대 역은 버린다 생각하고, 건대입구 역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아니면 조금 양보해서 성수는? 아니면 좀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강변은..? 뭐 강변은 흔들림 사태 이후로 터미널 외에는 수요가 완전히 망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세 역은 일단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어차피 토지 보상을 안 할 걸 생각하고 대심도로 한방에 뚫어버린다면, 이 역들에서의 환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순히 급행을 타고 출근시간 줄여보겠다고 한 것이, 여기서 환승하는 시간으로 다 날려 버릴 수가 있다.

실제, 이런 경우는 서울역과 김포공항역의 공항철도 환승을 생각해 보면 된다.

서울역과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역은 매우 깊은 위치에 있는데, 실제 공항철도 서울역은 우리 개념으로 치면 일반 완행열차 탑승 플랫폼 위치가 지하 7층이다. 단순히 층당 3미터씩만 때려도 지하 21미터다. 여기에 서울역 대합실은 대체로 2호선 지상역들과 얼추 비슷하면서 조금 더 높은 높이에 있으니까. 여기 사이를 움직이는걸 생각해 보면 된다.

거기다가 태생적으로 폭발할 수 밖에 없는 2호선 급행 수요가 이 환승 통로를 이용해 완행 급행 환승을 한다면?

아마도 여기는 지하-지상 간 고속 셔틀 연락책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이렇게 된다면 그럼 현재 2호선의 운행 수입을 얼마나 깎아 먹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비효율적 환승이 기대되는 루트는 과감히 삭제하고, 지하 위주로만 연결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도 문제는 생긴다. 누가 생각해도 100% 지역 차별 항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해당 지상 구간은 유난히 발전의 혜택이 좀 적은 지역 중 일부라는 데에도 그 문제가 있다.


자, 그럼 이제 어찌어찌 해서 그 많은 걸림돌을 제거하고 노선을 확정해서 공사에 들어간다 쳐 보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굳이 철덕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2호선 노선도를 펼쳐 놓고 어디 어디에 급행역이 생기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자.

결론은 2호선 노선 전체가 되겠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님비주의의 반대말을 찾아볼 것.

모든 지역에서 자기네 동네는 급행 역이 빠졌다고 난리에 난리를 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취지의 2호선 급행선은 허공의 재가 되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승객 과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2호선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그렇다. 라고밖에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해결책이라면 우선, 현재 10량 1편성인 2호선을 12량으로 늘리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플랫폼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일부 역들, 예를 들어 홍대역과 같이 끝으로 갈수록 플랫폼 면적이 줄어드는 역의 경우, 제법 공사 난이도가 커 질 수 있고, 지상, 지하구간 모두 플랫폼을 연장하는 공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 일본 야마노테선의 경우, 승객 과밀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내려 10량 1편성을 11량 1편성으로 1량씩 늘리고, 플랫폼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가장 마지막 11번째 차량의 문은 건드리지 않은 채 운행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1호선에서도 열차를 12량으로 늘리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으며, 그에 따라 1호선 경인선 전체 역사의 플랫폼 연장 공사를 하기도 했으나, 복복선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계획을 접었다.

그게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딱 한가지다. 2호선 완+급 운행이다.


현재 복선으로 운영되고 있는 2호선의 각 위치에 대피선을 하나씩 마련한 후, 완+급 운행을 실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밖에 말 할 수가 없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기존 2호선 터널에 급행을 보내기 위해 완행이 잠시 대피해야 할 대피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2호선 터널 내에는 대피선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별도로 대피선을 만드는 공사를 해야 한다.
이 경우, 터널을 넓이기 위해 공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고, 일부는 현재 2호선의 운행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터널 깊이 상, 주변 지역의 토지 보상 문제도 따른다.

그러나 결국 계산기를 들고 +,-를 해 보면, 신규 노선을 저 깊이 땅속에 갖다 박아 놓으나, 일부만 간단하게 야금야금 파내서 대피선을 만드나 그게 그거다.

게다가, 현재 2호선 선로 상에서 완+급 운행을 하게 되면, 어쩌면 (아주 어쩌면이다.) 신규 열차 도입 비용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반면에 땅 속에다가 신규 노선을 넣어 버리면, 별도로 다이아를 굴려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신규 열차 도입이 필요해 질 것이다.

물론 해결책은 있겠다. 출퇴근시간대 완행선의 배차간격을 줄여서 최대한 급행에 집어넣고, 일반시간대에는 급행선을 최소한으로 돌린 다음에 나머지는 완행선에 넣으면 되겠지. 그러나 이 경우 열차가 지속적으로 완, 급행에 입출고되어야 한다는 부담 아닌 부담이 있을 거고, 또 현재 기지 입출고선 외에 열차가 위아래를 움직여야 하는 별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따른다. 현재, 2호선의 입출고는 신정지선과 성수지선에서 담당하는데, 지하에 별도의 2호선 급행선이 생긴다면, 각 기지에서 이 라인을 타고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럼 완/급 운행선을 바꿀 때에는 열차가 도로 지선으로 튀어 나왔다가 다시 지선을 타고 나와서 본선으로 들어와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현재 거의 노는 노선이나 다름없다시피한 지선들의 용량으로 해결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모든 상황을 다 수용할 수 있을까?

특히 성수지선의 경우, 1호선 입출고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경우, 수요 예측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2호선 급행선이 생긴다고 치자. 그렇다면 급행선의 차량을 대형 차량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중형 전동차를 도입할 것이냐의 문제가 따른다.

분명 2호선 급행선이 생기게 되면 무엇보다도 출퇴근시간대의 수요는 정말 말 그대로 지옥이 열리는 수준으로 폭증할거고, 그렇다면 중형 전동차로는 어림없을 것으로 예상이 든다. 그렇다면, 수요가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이 되는 일반 시간대 급행이나, 아니면 반대로 완행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 수요라던지 운영하면서 현 시점의 상황에 맞게 완행선과 급행선의 열차를 조절하여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어느 한 시점에서 용량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반대로, 비용상의 문제이건, 수요상의 문제이건, 중형 전동차를 급행선에 돌린다고 쳐 보자. 이 경우, 실제 중형 전동차를 대형 전동차의 선로에 굴릴 수는 있지만, 이런 모습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못 할 우리나라 사정상, 완행선과 급행선 간의 열차 비용 절감은 안드로메다의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결국 최적의 대안은 2호선 노선 중간중간 몇 군데에 대피선을 파서 완+급 운행을 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하다면 열차는 뭐 한 두세편성 정도 더 도입하면 해결이 될 거고.. 아마 굳이 신규 열차를 들이지 않아도 운행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


또 속도가 중요해지는만큼, 기존 저항차들의 정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저항차들의 성능이 신형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

이렇게 하면, 어차피 2호선 노선은 그대로이니까, 주민들의 반발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무조건 효율을 위해 3개 역 또는 5개 역 패스를 해 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그저 9호선처럼 내린 플랫폼에서 완행으로 갈아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땡이니까 말이다.

여튼, 조금 지나보니 결국 2호선 복층화 문제는 유야무야 넘어가 버린 옛날 일이 된 것 같지만..

이젠 좀 일단 파고 보고 식의 노선 개발이 아닌 효율성을 중시한 노선 운영이 안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복층화 진짜 되기는 하는 건가;;;;





+ Recent posts